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 원전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재개한다. 정부가 원자력 산업 복원 방침 아래 지원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민간 기업의 원전 건설 수주도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정부는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입찰자격사전심사(PQ, Pre-Qualification)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불가리아 의회 승인을 완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2200㎿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원) 규모다. 최종 계약자 선정은 발주처인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협상을 완료한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며, 현대건설의 수주 규모는 이때 결정된다.
코즐로두이 원전은 1969년부터 시공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로,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1~4호기는 노후화 문제로 폐쇄됐으며 현재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 5‧6호기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7‧8호기는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으로, 203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벡텔, 플루어 등 유수의 기업이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시공사로서, 단독으로 의회승인을 받아 글로벌 톱 원전 시공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는 풍부한 원전 시공 경험, 뛰어난 기술력에 더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K-원전 지원책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현대건설 측은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불가리아 대형원전 공사 수주로 원전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발주가 재개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 주간사로 참여한 기록을 잇게 됐다. 또 2022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청정에너지 동맹'에 따른 파트너십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사업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에 착수하는 등 대형원전 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 생애주기에 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해외 원전 일감 확보는 국내 원전기업에 동반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공급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원전산업 전반의 고용창출 및 생산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유럽시장은 그린 택소노미에 이어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 원자력과 관련해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팀코리아 참여는 물론 다각적 루트를 통해 더 많은 수주 낭보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