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즉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거나 의도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비교적 현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1999년과 2019년의 후생노동성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비교한 결과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에 1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음주습관율)은 남성의 경우 모든 세대에서 감소 추세다. 특히 20대의 경우는 약 3분의1로 크게 줄었다. 여성은 40~60대에서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20대에서는 반 이하로 감소했다.
‘추하이’는 희석식 소주와 탄산수에 과즙을 섞어 만든 술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스트롱계’라 불리는 고 알코올 제품 '추하이'가 저렴한 가격을 등에 업고 인기몰이를 했다.
고 알코올 제품이 전체 주류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에는 약 37%였던 것에 반해 2023년은 약 26%까지 내려갔다.
이처럼 건강을 생각해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 중인 가운데,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침은 주류 시장의 변화를 더욱 등 떠미는 형국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19일 ‘건강을 배려한 음주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적정한 음주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2023년 11월에 책정된 초안을 바탕으로 정식 발표에 이르렀다.
가이드라인은 술에 포함된 순(純) 알코올량이 중요하다고 보고, 1일 알코올 섭취량과 질환별 발병 위험의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장암은 하루에 약 2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할 때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유방암은 14g, 전립선암은 20g 이상 섭취하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진다.
순 알코올량 20g은 도수 7도의 술 350ml에 해당한다. 술의 종류로 따지면 사케 1홉(180ml), 위스키 더블 1잔 등이 기준이다.
후생노동성의 지침에 따라 기린은 도수 8도 이상의 캔 ‘추하이’의 판매를 이어갈지 논의에 들어갔다. 기린은 “(스트롱계 술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판매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 4개 주류 기업인 아사히, 산토리, 기린, 삿포로 가운데 이미 아사히와 산토리는 도수 8도 이상의 캔 '추하이' 신상품 출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사히와 삿포로는 현재 고 알코올음료 1종만을 판매 중이다. 다만 기린은 10종의 ‘스트롱계’ 주류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실제 슈퍼마켓이나 마트의 주류 코너에는 과거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가 크게 다양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아사히는 지난 2021년 3월에 도수 0.5도의 ‘미(微) 알코올’ 맥주 ‘비어리(BEERY)’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저 알코올 주류 강화에 나선 아사히는 도수 1도 미만을 ‘미알코올’로 정의하고 신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까지 3.5도 이하의 상품 구성비를 2019년의 3배인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토리 역시 “지금까지의 맥주에 대한 상식을 전부 깨고 제로부터 생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토리는 ‘획일적인 맥주 시장으로부터의 탈각’을 테마로 2021년에 ‘이노베이션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편, 여파는 이자카야(선술집)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앞으로 주류에 포함된 순 알코올량 등을 메뉴에 게재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자카야 '아카마루야' 등을 운영하는 산코 마케팅 푸드는 “시대의 흐름이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음주를 삼가는 손님도 늘고 있어 저알코올이나 무알코올의 음료 등의 판매를 강화해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