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내연차보다 싼 전기차'...2차 가격 전쟁 촉발

2024-02-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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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BYD, 내연기관차보다 싼 모델 출시

中 업체들, 가격 인하 잇따라

美 포드도 가격 인하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 가격 경쟁 격화 전망

사진BYD
BYD가 가격을 인하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친(秦) 플러스 DM-I [사진=BYD]

세계 전기차 시장에 또다시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로 올라선 중국 비야디(比亞迪·BYD)가 내연기관차보다 싼 모델을 출시하며 2차 가격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가격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BYD는 춘제 연휴 직후인 지난 19일 ‘친(秦) 플러스 DM-I’와 ‘구축함 05’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7만 9800위안(약 1482만원)에 출시했다. 이전 모델보다 약 20% 저렴한 수준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요타의 코롤라 등 동급 내연기관차 모델들보다도 싸다. 실제 BYD는 지난해 이전 버전을 출시할 때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가격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전기가 기름보다 싸다(電比油低)’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자, 내연기관차 시장의 파이까지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리윈페이(李雲飛) BYD 브랜드홍보부 사장은 “대량생산과 자체 공급망이라는 이점으로 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누가 내연기관차를 사겠냐”며 내연차 브랜드들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BYD의 가격 전쟁 선포로 다른 중국 전기차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섰다. 같은 날 제너럴모터스와 상하이자동차, 우링(五菱)자동차의 합작사인 상하이GM우링도 동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우링싱광(五菱星光) 가격을 10만5800위안에서 9만9800위안까지 낮췄다. 창안치위안(長安啓源), 나타(哪吒), 베이징현대차도 잇따라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21일 중국 매체 제몐(界面)신문은 "춘제 연휴 이후 BYD가 저가 신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며 "최소 5개 브랜드가 뒤따랐다"고 보도했다. 작년 초 시작된 전기차 가격 전쟁을 테슬라가 초래했다면, 이번 가격 전쟁은 BYD가 촉발한 모습이다.

따라서 BYD로부터 시작된 가격 인하가 전기차 업계, 나아가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崔東樹) 사무총장은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할인을 제공하면서 가격 전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가격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20일(현지시간) 포드는 전기차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모델 가격을 차종에 따라 3100~8100달러(약 1080만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머스탱 마하-E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가운데 1월 포드의 전기차 판매가 11%나 급감한 이후 나온 조치이다. 이날 포드는 "우리는 매출 성장과 고객 가치 간 최적의 조합을 성취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적응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환경 속에 중국 등 주요 시장 소비자들의 수요 둔화와 미·중 경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지난 수년간 각국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이후 보조금 정책이 차츰 철폐되면서 자체적으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외에 미국, 유럽 등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전기차 보급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 내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한다면 그 여파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작년 말 "중국에는 분명히 (전기차) 공급 과잉이 있고, 공급 과잉분은 수출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4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수요 둔화와 BYD 등 중국 선두 업체들의 판매 공세로 인해 "잔인한" 가격 전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완성차업계도 잇따라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보조금 최대치를 받을 수 있는 판매 가격 상한이 기존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조정되면서 이를 맞추기 위해 가격을 변경하고 있다. 

KG 모빌리티(KGM)는 토레스 EVX 판매 가격을 200만원 인하한다. 올해 국비 보조금이 지난해보다 203만원 줄어들면서 차량 가격을 낮췄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200만원, 기아는 EV6의 가격을 300만원 낮추기로 했다. 이들 차량 가격은 전기차 보조금 최대지급액 기준보다 낮지만 환경부가 할인 금액의 20%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인하됐다. 

수입차 업계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보조금 개편안이 발표되자 인기차종 모델Y의 가격을 200만원 내렸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ID.4의 가격을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200만원 낮췄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전기 세단 폴스타2 가격을 5490만원으로 100만원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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