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 강제 동원 논란을 겪고 있다.
'건국전쟁'은 1945년 해방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남한과 북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한민국 1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1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조명한 작품이다.
반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로 쫓겨난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라며 "현직 대통령이 동참한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서면 브리핑을 진행했다.
'건국전쟁'은 정치적 사상이 투영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정치 이념에 따라 시청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 다만 최근 '건국전쟁'을 공무원과 언론사 직원을 상대로 강제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연이어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울산시는 시청 내 '2024년 직원 MT 추진계획'이라는 공문에서 MT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뒤, 별도의 공문을 통해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을 관람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내부 공무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내부 게시판에 올라가기까지 했다.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이인대 울산시 총무과장은 "공문에 다른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 관람이 아닌 다른 것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영화에 대한 관람 계획은 예시에 불과할 뿐"이라며 "MT에 참석하지 않는 직원에게 페널티를 주지도 않는다고 노조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미디어오늘은 20일 경제지인 파이낸셜뉴스가 오는 22일 '건국전쟁'을 관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소속 기자는 "회사가 보수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면서 "'건국전쟁' 단체관람 이전에, 매달 다양한 영화를 봤다면 논란이 됐겠느냐"고 반발했다. 갑작스러운 '건국전쟁' 단체 관람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측도 강제 동원 논란을 부인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의 강제동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한 부서도 영화 '건국전쟁'을 단체관람할 예정이다. 인권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20일 '건국전쟁' 단체 관람을 제안했다. 김 보호관은 "국가 정체성에 관한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며 단체 관람 이유를 설명했다. 김 보호관이 "단체 관람은 자유"라고 말했지만, 관람 비용에 대해선 "내 업무 추진비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강제 동원은 아니라고 못 박았으나, 국가기관의 업무 추진비가 '건국전쟁' 관람에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건국전쟁'은 지난 1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75만명을 돌파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