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맞서며 '빅 5'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서 사직 전 일부 자료를 지우고, 수정하라는 내용이 공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세브란스병원을 재직 중인 한 글쓴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들 대단하다. 기업 자료 지우고 도망가기"라는 글과 함께 의사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공지 캡처본을 첨부했다.
이어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며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세트오더는 중요한 수술 전에 투여하는 약물의 용량과 투여 속도를 정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글쓴이는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비번도 PA(진료 보조 간호사)가 로그인 못 하도록 다 바꿔놓으라"면서 "PA가 전공의 ID로 입력 오더 시 책임은 전공의가 모두 뒤집어쓰게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짐도 남기지 말라"며 "짐을 남기면 '사직서는 가짜'라고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블라인드 등의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의견과 "개인 자료를 지우고 나오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반응이 엇갈렸다.
세트오더를 두고도 논쟁이 일었다. 자신이 의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세트오더는 의사 개인이 편할 때 정리해 둔 거라 기업 자료가 아니라 개인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은 "사기업에서는 자료 지우거나 제멋대로 바꾸면 바로 고소당한다"며 "심지어 세트오더를 지우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바꾸라고 했는데 누가 봐도 후임이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 등에 저장·보관된 정보를 누출·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됐다.
이에 경찰은 해당 게시글에 대한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 관련자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 방해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