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억만장자 시대’가 열렸다. AI 혁신이 미국 기업 시가총액(시총)을 재편하는 가운데 AI 선두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들의 재산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뜨거운 AI 랠리에 한 집안에서 억만장자 둘 배출
1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억만장자 500명 중 30명은 AI 혁신을 등에 업고 올해 들어 총 1240억 달러(약 165조원)를 벌었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가 집계하는 자산가 500명이 벌어들인 전체 자산 중 약 96%에 달하는 수준이다. 고액 자산가 자금이 AI 분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AI 랠리에 힘입어 올해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인물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CEO)다. 이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위를 기록했다. 저커버그 CEO 재산은 올해 371억 달러나 늘어난 가운데 AI로 창출한 총자산이 1610억 달러에 달했다. 메타 주가는 호실적에 하루 새 20% 급등하는 등 올해 들어 37%나 뛰었다.
젠슨 황 CEO 재산은 올해 196억 달러 늘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서만 54%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집안에서 억만장자 두 명이 탄생했다는 점은 AI 열풍의 열기를 방증한다”고 전했다.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사장 겸 CEO도 AI 랠리 급등에 힘입어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올해 약 209% 급등했고, 리앙 CEO 재산은 3배나 껑충 뛴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다른 AI 관련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주가는 지난 6일 하루 동안 31%나 급등했고, 회사 공동 창업자 알렉스 카프의 순자산은 28억 달러를 찍었다.
이 밖에도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마이클델 델 테크놀로지스 창업자 겸 회장 등 재산도 큰 폭으로 늘었다. 기존 억만장자들이었던 이들은 AI에 힘입어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AI 랠리의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렸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주가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루 30%씩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80% 넘게 올랐다. 이에 손 회장 재산은 올해 약 37억 달러 불었다.
월가, 엔비디아 목표가 줄줄이 상향···버핏은 애플 주식 팔아
AI는 미국 기업 시총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엔비디아 시총은 전날 아마존을 추월한 데 이어 이날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따라잡았다. 엔비디아 시총은 MS, 애플에 이어 3위다.월가는 엔비디아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 미즈호는 625달러에서 825달러로, UBS는 580달러에서 850달러로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높였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 실적이 월가 예상치를 조금이라도 밑돈다면 AI 랠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오는 2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사 롱보 애셋 매니지먼트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창립자 겸 CEO는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이 투자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엔비디아 주가는 장후 시간외거래에서 20~30%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총 1위를 굳건히 지켰던 애플은 중국 내 부진과 AI 기술 혁신 미흡 등으로 MS에 밀리며 시총 2위로 후퇴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 하락했다. 특히 투자의 달인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이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 주식 일부를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애플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커지고 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에 애플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하며 보유 지분을 기존 6.9%에서 5.9%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