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자이,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성수 트리마제, 강남 타워팰리스···. 지금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장 단지들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악성미분양 단지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곳들이다. 이곳들의 현재 시세는 당시 분양가 대비 3배 수준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과거 미분양을 극복하고 대표 고가 아파트가 된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의 입지와 규모 등 가치 상승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과 함께 반포 대장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는 2008년 분양 당시 일반분양 599가구 중 40%에 달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분양으로 골치 아팠던 곳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 11억원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GS건설은 계약금 납부 이후 잔금 납부일을 최대 6개월 연장해주고, 잔금을 미리 내면 그만큼 분양가를 깎아줬다. 미국 교민들까지 설득하기 위해 현지에서 사업설명회를 진행, 항공권과 무료 숙박 체험 등 각종 혜택을 홍보했다. 그럼에도 미분양을 털어내기 힘들어 조합이 잔여분 159가구를 국내 사모펀드에 넘기기도 했다.
반포자이는 2022년에 최고가 39억원을 찍은 이후 최근에도 3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포자이와 비슷한 시기 분양한 반포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도 미분양에 시달렸는데, 이곳도 지난달 20일 3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세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2000년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초기 분양률이 20~30%에 그쳐 삼성물산 고위 임직원들이 미분양 물량을 할당받기도 했다. 2010년 분양을 시작해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서초구 방배 롯데캐슬아르떼는 △계약자가 분양가 절반만 납부하면 3년간 살 수 있고 △잔금은 건설사가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2년 6개월~3년 사이에는 위약금 없이 환매해주는 '리스크 프리' 계약제를 실시하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쓴 바 있다.
유명 연예인,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성수 하이엔드 3대장' 단지 모두 심각한 미분양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 갤러리아포레는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300만원의 높은 분양가로 분양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분양 물량의 20%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두산건설의 성수 트리마제도 2014년 3월 분양을 시작, 사실상 청약률 '0'를 기록하고 2년이 지나도록 전체 분양물량 422가구 중 266가구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DL이앤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건설사 오너 일가가 직접 청약에 나서 화제가 됐던 곳이다. 2008년 최초 분양 당시 '뚝섬 한숲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분양가는 3.3㎡당 3856만~4594만원 선이었다. 특별공급과 1∼3순위 접수에서 196가구에 29명만 청약해 전체 물량의 85%인 167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준용 당시 대림산업 명예회장(現 DL 명예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現 DL 회장), 이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해서씨 등이 청약을 신청하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저조한 분양률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9년 만인 201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분양을 재개, 3.3㎡당 평균 분양가 4750만원대에 청약경쟁률 2.89대1을 기록했다.
현재 마포구 대장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대1에 불과, 2014년 입주 직전까지 미분양에 시달렸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 7억원대였지만 당시 기준으로 애매한 입지와 고분양가 등이 미분양 요인으로 꼽혔다. 이곳도 미분양을 털기 위해 분양가 할인과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 강북권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경희궁자이도 미분양이 지속됐던 단지다. 2014년 11월 1085가구 일반분양에 경쟁률 3.5대1을 보였지만 당첨 후 계약포기자가 속출하며 미분양이 쌓였다. 현재 전용 84㎡ 기준 시세 19억5000만원(1월 18일)으로 분양가(7억8500만원)의 세 배 가까이 올랐다.
현재 동대문구 대장주로 불리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계약금 5%, 중도금 20%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최근 사례로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분양 당시 899가구의 미분양이 나왔지만 작년 1월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무순위청약 때 완판됐다. 현재 전용 84㎡ 기준 입주권 시세는 분양가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19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일반분양가는 84㎡ 기준 12억3600만~13억2000만원 선이었다.
최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시장의 외면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의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포인트(4564가구) 증가한 6만2489가구로 조사됐다. 작년 2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p(3033가구)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3.7%p 늘어난 1만857가구로 지난해 8월(9392가구)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입지, 규모 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극심한 미분양을 겪었으나 대장단지가 된 곳들의 공통점은 양호한 입지와 대단지라는 점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반포자이, 트리마제,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입지는 좋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분양해 미분양이 났던 곳들"이라며 "입지가 좋다면 미분양 단지도 향후 5년, 10년 뒤에 ‘로또’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수요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도 입지가 양호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사각지대는 미래 가치 상승이 어렵다고 본다"며 "서울이라도 입지가 떨어지거나 나홀로아파트인 경우는 피해야 한다. 대단지에 교통 및 교육환경이 양호한 경우 침체기에 미분양이 날 수 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곳들부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과 함께 반포 대장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는 2008년 분양 당시 일반분양 599가구 중 40%에 달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분양으로 골치 아팠던 곳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분양가도 전용 84㎡ 기준 11억원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GS건설은 계약금 납부 이후 잔금 납부일을 최대 6개월 연장해주고, 잔금을 미리 내면 그만큼 분양가를 깎아줬다. 미국 교민들까지 설득하기 위해 현지에서 사업설명회를 진행, 항공권과 무료 숙박 체험 등 각종 혜택을 홍보했다. 그럼에도 미분양을 털어내기 힘들어 조합이 잔여분 159가구를 국내 사모펀드에 넘기기도 했다.
반포자이는 2022년에 최고가 39억원을 찍은 이후 최근에도 3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포자이와 비슷한 시기 분양한 반포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도 미분양에 시달렸는데, 이곳도 지난달 20일 3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세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2000년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초기 분양률이 20~30%에 그쳐 삼성물산 고위 임직원들이 미분양 물량을 할당받기도 했다. 2010년 분양을 시작해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서초구 방배 롯데캐슬아르떼는 △계약자가 분양가 절반만 납부하면 3년간 살 수 있고 △잔금은 건설사가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2년 6개월~3년 사이에는 위약금 없이 환매해주는 '리스크 프리' 계약제를 실시하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쓴 바 있다.
슈퍼리치 100억대 성수 3대장도 미분양 애물단지 출신…마래푸·경희궁 자이도
DL이앤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건설사 오너 일가가 직접 청약에 나서 화제가 됐던 곳이다. 2008년 최초 분양 당시 '뚝섬 한숲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분양가는 3.3㎡당 3856만~4594만원 선이었다. 특별공급과 1∼3순위 접수에서 196가구에 29명만 청약해 전체 물량의 85%인 167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준용 당시 대림산업 명예회장(現 DL 명예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現 DL 회장), 이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해서씨 등이 청약을 신청하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저조한 분양률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9년 만인 2017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분양을 재개, 3.3㎡당 평균 분양가 4750만원대에 청약경쟁률 2.89대1을 기록했다.
현재 마포구 대장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대1에 불과, 2014년 입주 직전까지 미분양에 시달렸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 7억원대였지만 당시 기준으로 애매한 입지와 고분양가 등이 미분양 요인으로 꼽혔다. 이곳도 미분양을 털기 위해 분양가 할인과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 강북권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경희궁자이도 미분양이 지속됐던 단지다. 2014년 11월 1085가구 일반분양에 경쟁률 3.5대1을 보였지만 당첨 후 계약포기자가 속출하며 미분양이 쌓였다. 현재 전용 84㎡ 기준 시세 19억5000만원(1월 18일)으로 분양가(7억8500만원)의 세 배 가까이 올랐다.
현재 동대문구 대장주로 불리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계약금 5%, 중도금 20%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혜택을 제공했다.
둔촌주공 재건축도 5억원 이상↑…"미분양 단지도 입지·규모 잘 따져봐야"
최근 사례로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분양 당시 899가구의 미분양이 나왔지만 작년 1월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무순위청약 때 완판됐다. 현재 전용 84㎡ 기준 입주권 시세는 분양가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19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일반분양가는 84㎡ 기준 12억3600만~13억2000만원 선이었다.
최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시장의 외면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의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포인트(4564가구) 증가한 6만2489가구로 조사됐다. 작년 2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p(3033가구)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3.7%p 늘어난 1만857가구로 지난해 8월(9392가구)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입지, 규모 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극심한 미분양을 겪었으나 대장단지가 된 곳들의 공통점은 양호한 입지와 대단지라는 점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반포자이, 트리마제,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입지는 좋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분양해 미분양이 났던 곳들"이라며 "입지가 좋다면 미분양 단지도 향후 5년, 10년 뒤에 ‘로또’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수요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도 입지가 양호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사각지대는 미래 가치 상승이 어렵다고 본다"며 "서울이라도 입지가 떨어지거나 나홀로아파트인 경우는 피해야 한다. 대단지에 교통 및 교육환경이 양호한 경우 침체기에 미분양이 날 수 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곳들부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