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밝힌 프로그램의 큰 줄기는 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를 시행하고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핵심 내용을 토대로 세부적인 사항은 이달 중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작년 3월 일본 도쿄 거래소가 추진한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거래소 증시 부양책의 모태가 된 일본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은 자금흐름을 안전자산에서 모험자본으로 옮기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혁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부를 증대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엔화 약세 등 대내외적인 여건까지 받쳐주면서 일본 증시는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성과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유관기관들도 저PBR 기업을 중심으로 상품지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장에서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도 상승장 분위기에 발맞춰 매매에 나선 모양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일까? 개미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정작 재미는 외국인만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은 모두 상승했고, 13개 종목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개인이 같은 기간 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은 4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세부사항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PBR 중심의 상승장보다는 변동성이 커진 상황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금물이다. 벤치마킹한 일본의 선례에서도 성장성 있는 기업의 실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제조업 상장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증시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필수요소다.
개미들이 흘린 피눈물은 정부가 주도한 정책 테마 형성과정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생긴 결과물이다. 이리저리 낭창대는 투자전략은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뿐이다. 이제는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