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식 취임한 황건일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자신의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 "(매와 비둘기 말고) 소쩍새나 황조롱이면 안되느냐"고 답변했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시각이다. 국내 경제를 위협할 대내외 최대 리스크로는 가계부채와 세계경제 블록화를 꼽았다.
이날 오전 금통위원 임명장 수여식 직후 한은 기자실을 방문한 황 신임 금통위원은 오는 22일 첫 금통위 정례회의 참여를 앞두고 통화정책 성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질문이 나올 줄 알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한은 직원들의 경제 분석 능력이 대한민국 최고인 만큼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맞게 여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금통위원은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부문은 회복세가 보이는 것 같고 내수부문은 여전히 어렵다"라며 "대외 환경을 보면 주가도 우리나라만 침체됐다"고 말했다. 대외 리스크로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를 거론했다. 그는 "전세계에 걸쳐 중돈 전쟁 등 여러 분쟁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급망이나 에너지, 식료품 등의 블록화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우려했다.
황 금통위원은 금통위원 내정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와는 별도의 상견례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이날 임명장 수여식 직후 제 59차 SEACEN 총재 컨퍼런스 일정 참석 차 인도 뭄바이로 출국해 자리를 비운 만큼 이 총재와 신임 금통위원 간 만남은 이 총재 출장 일정 소화 후인 오는 17일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과거 세계은행(WB) 재직 시절 이창용 총재와의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WB 상임이사(2018~2020년)로 근무하던 시절 WB와 국제통화기금(IMF) 건물이 마주보고 있어 (당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자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고 이 총재 집도 우리집 바로 앞에 있어 산책을 나가면 만나곤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건설·증권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대해 황 금통위원은 "2금융 중심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감원이나 한국은행 등에서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펀드 조성 등을 바탕으로 서서히 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