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걸음마 산업화 아프리카 .. '발전모델' 한국을 본받아라

2024-02-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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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아프리카는 고용을 늘리고 지속성장을 위해 산업화가 절실하다. 산업화는 아프리카에 매년 약 1200만명이나 늘어나는 젊은 층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이후 산업화를 시도했으나, 우수 노동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자본 및 기술의 한계로 큰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아프리카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 아프리카 산업화에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세계 최초의 산업화는 1780년대 영국에서 시작했다. 구식민지 국가에서 원자재를 가져다가, 공장에서 가공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팔았다.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산업혁명(IR, Industrial Revolution)’을 일으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19세기 독일과 프랑스의 산업화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프랑스는 커진 국력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35%를 차지하고, 독일도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지배했다. 미국은 18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하여, 개척정신(Frontier)으로 서부의 미개척지를 개발하면서, 기술 발전에도 적극적이었다.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고 거대한 대기업을 탄생시켰다. 미국의 앞선 기술과 첨단산업은 한동안 세계 경제의 선도자 역할을 유지할 것이다. 일본은 유럽 및 미국에서 들여온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화를 달성해 한동안 세계 제2의 경제 강국을 유지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산업화는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다.

1960년대 한국과 대만의 산업화는 개도국도 산업화로 국가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들 국가는 초기에 노동집약산업 중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받아들이고, 기술과 자본이 요구되는 중화학 및 첨단산업 발전으로 전환해 갔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은 ‘흑묘백묘 이론’으로 개혁개방을 펼쳐 수출주도형 산업화와 수입대체형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중국의 산업화 초기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노동집약 산업으로 시작하여,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중화학 및 기술집약 산업이 발전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게 되었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1984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개혁개방을 시작한 베트남은 수출주도형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FDI를 통한 섬유 및 봉제 산업으로 시작했고, 자본 및 기술 집약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산업화를 가속하고 있다. 인도는 거대한 인구와 질적으로 우수한 노동력으로 외국기업 유치에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최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화학 및 최첨단 산업에 이르는 산업화를 지속해 가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후 6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산업화와는 거리가 멀다. 제1차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로 전형적인 저개발국 형태에 머무르고 있다. FDI를 유치해왔으나 자원개발 관련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기술과 자본을 들여오는 제조업 유치에 큰 효과는 없었다. 최근 일부 제조업 분야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낮은 수준의 기술 및 노동집약 산업이 주축이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1990년대 초 ‘농업주도 산업화(ADLI, Agricultural Development-led Industrialization)’를 시작하여, 농산물 생산을 늘리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농산물 가공 산업을 육성하여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산업화를 모색했다. ADLI는 에티오피아 고유의 모델로 의미는 있었으나 큰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 2017년 ADLI는 종합농산물가공 산업단지(IAIP, Integrated Agro Industrial Parks)를 조성하여 산업화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한편, 에티오피아에는 지역별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다양한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주변 국가들과 유사한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생산요소 부존, 기후 조건, 사업 환경 등으로 서로 비슷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동북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르완다, 수단 등은 동시에 화훼, 섬유 및 봉제 산업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동일 업종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산업화를 위해 몇 가지 쟁점 이슈를 제시해 본다. 첫째, 국가 간의 공동산업정책(Common Industrial Policies)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접 국가와 비슷한 산업의 중복투자 및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철강산업은 모든 국가가 필요한 기간산업이며, 장치 산업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자본과 기술이 요구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의 6개 국가가 시작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는 석탄 및 철강 산업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기구로, 중복투자와 과열 경쟁을 방지하게 되었다. 이는, 유럽연합으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유럽이 경험했던 ECSC와 같은 공동산업정책이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쟁 우위가 되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되, 가능한 한 적극적인 기술집약 산업의 투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기술과 자본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산업화가 가능할 것이다.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선진국 등 여러 국가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투자정책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세 번째, 산업화에 적합한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일이다. 아프리카는 30세 이하의 인구가 70%를 차지하여, 노동인력이 양적으로는 충분하나 질적 수준은 낮다. 직업훈련(TVET)기관은 변화하는 산업기술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적시에 공급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술인력의 양성은 초등 및 중등 교육과정부터 개편하여 기술 중심의 학습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1958년부터 석유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자국의 고급 기술인력이 모자라 여러 외국인 기술자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신발공장을 운영하는데 여러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하고 있다. 자국의 기술교육 및 훈련제도가 있음에도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국가별 중점 육성산업의 선택과 집중이다. 앞서 언급한 인접국가와 공동산업정책과도 연계된다. 각국 정부가 산업정책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자국의 생산요소 부존, 주변국의 경제 여건, 시장성, 인적 자원 등을 고려하여, 국가별 중점 육성산업을 선정하고, 선택된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산업화를 위해서 여러 사업 여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외국기업 유치에 정치 및 사회적 안정은 필수이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쿠데타 및 내전으로 정치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러 내륙 국가들은 과도한 운송비가 제품의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또한 공업용수, 항만, 공항, 도로, 철도, 통신 등 여러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1960년대 초 시작된 한국의 산업화는 개도국의 벤치마킹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한국의 산업화는 FDI를 통한 경공업 육성에서, 중화학, 기술집약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 1990년대 초, 임금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임금이 낮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했다. 섬유 및 봉제,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이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여러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게 되었다.

1990년 이후 아시아 국가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찾아 나섰다. 한국의 신티에스사는 베트남에 공장을 유지하면서, 2010년 초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였다. 지금은 약 6000명(2022)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약 90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의 수출 규모는 650억 달러(2022)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17.5%, 베트남 국민총생산의 10%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베트남의 제1위 투자국이 되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베트남의 경제 및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증거이다.

최근 한국 기업의 선진국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선진국 진출 기업은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산업들이다. 2007년 이후, 한국의 연간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 직전 2018년 382억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 종료 시기인 2022년,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770억 달러에 달했고, 지역적으로는 북미지역 302억 달러, 아시아 지역 182억 달러, 아프리카 지역은 1억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 유치에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한국의 섬유 및 봉제 등 노동집약 산업뿐만 아니라, 기술과 자본이 동반되는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기계, 항공, 등 다양한 산업의 아프리카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2021년 1월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로 산업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경험이 아프리카 대륙에 녹아든다면, 아프리카 산업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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