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글로벌코인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기준 6355만원을 등락 중이다. 새벽 6시 30분께에는 64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던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승인 직후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말 5100만원 수준까지 고꾸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주부터 빠르게 반등해 일주일 새 11%가량 상승했다.
크게 보면 지난해 연초 2000만원 선까지 고꾸라졌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주도해 온 건 △현물 ETF 승인 △반감기 도래 등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현물 ETF를 이용하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걸칠 수 있으므로 기관투자자가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또한 반감기 도래 시 시장 내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의미한다.
먼저 지난달 미국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한 뒤로 ETF 효과는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승인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냈고, 조정 국면이 이어졌다. 업계는 지난해 ETF 승인에 대한 선기대감이 반영됐다면 승인 이후로는 기대감이 해소되고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현물 ETF 총순유입액으로 보면 1조원가량에 그쳐 자금유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외에 금리인하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1분기부터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꺾였지만, 2분기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에 글로벌 투자은행(IB) 의견이 모이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전망은 2~4분기로 다양하게 분포해 있었다. 금리인하 신호는 위험선호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는 호재로 읽힌다. 이외에도 가상자산 시장이 대체투자처라는 점에서 미국 지역은행 위기설 역시 비트코인 가격 오름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감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감기라는 대형 호재가 있지만, 시장의 회복세를 이어갈 만한 호재가 부족하다는 우려다. 실제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 세계 929개 거래소의 가상자산 하루 거래량 총액은 51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현물 ETF가 승인됐던 지난달 10일 거래량(1528억 달러)의 3분의1 수준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보합 또는 하락 가능성이 크고, 올해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33%에 달했다.
마리온 라부 도이치방크 연구원은 "투자자의 3분의2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