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의 무대에 오르고 있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그라모폰(DG) 2집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갖는다.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공연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박혜상은 오는 1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 숨’을 공연한다.
박혜상은 2020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전속 계약을 맺었다.
‘숨’이라는 타이틀처럼 ‘삶’이라는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은 ‘저마다의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노래로 따뜻한 격려’를 전하고자 하는 박혜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박혜상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인 ‘숨’(Breath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 기간 많은 고민과 고찰의 시간을 가졌다. 어두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왜 사는 가?’,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박혜상은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점점 힘든 시간을 보냈고 돌아봤다.
그를 동굴에서 꺼낸 건 놀랍게도, 기원전 1세기 또는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인 ‘세이킬로스의 비문’이었다.
세이킬로스라는 남자가 아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비문에 적힌 문구는 시간을 초월해 그를 위로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빛나라. 결코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잠시동안만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은 그 대가를 요구한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에서 영감을 얻은 박혜상은 현대 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곡 ‘시편’을 떠올렸다. 하워드에게 기존작에 세이킬로스 비문을 넣은 편곡 작품 ‘While You Live’를 의뢰했다. 바람소리 같기도 한 누군가의 숨이 어우러지는 ‘While You Live’는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지난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작곡가 최진, 김주원 등의 곡을 선보이며 언론에 큰 호평을 받은 박헤상은 이번에도 역시 한국의 작곡가 우효원의 곡을 통해 한국인 특유의 ‘한’이라는 정서를 표현한다.
한편, 이번 리사이틀에는 ‘2023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유럽투어’에서 ‘사랑가’를 부르며 세계에 국악을 알린 소리꾼 고영열이 출연해, 박혜상과의 특별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젊은 열정으로 주목받은 디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건의 연주로 더욱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박혜상은 지난 5일 열린 간담회에서 “세이킬로스의 마음으로 들어가 빙의해보겠다. ‘사랑하자. 슬퍼할 순간에 빛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루크 하워드의 ‘While you live’로 시작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가곡 작품번호 27번’은 스트라우스가 결혼할 때 아내에게 바친 곡이다. ‘어이가리’, ‘가시리’, ‘새야새야’를 통해서는 한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