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마스와 전쟁으로 인한 부채 부담 증가가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무디스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단계 내렸다. A2는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분류 21개 중 6번째로 높은 단계다. A2에 해당하는 국가는 폴란드, 칠레 등이 있다.
무디스는 이날 이스라엘 신용등급의 조정 배경에 대해 "분쟁의 영향이 정치적 위험을 높이고 이스라엘 행정부와 입법기관, 재정 능력을 약화한다"며 "이스라엘의 부채 부담이 분쟁 전 예상보다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디스의 등급 하향 조정에 크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결정이 국가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전쟁에서 승리하면 신용 등급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신용 등급 하향은 하마스와 전쟁 상황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려고 부채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23∼2025년 전쟁 비용을 690억 달러(약 91조9000억원)로 추정한다. 이달 말 이스라엘 의회의 최종 승인을 앞둔 2024년 정부의 수정 예산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6.6%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국제 투자자로부터 하마스와의 전쟁 자금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 이상을 끌어모았다고 보도했다.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도 이스라엘 신용 상황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지난해 10월 약 1400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약 2만7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쟁 초기인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재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전쟁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건전한 재정 덕분에 신용등급 강등을 피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