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은 빛나라"...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에게 박혜상이 전하는 '숨'

2024-02-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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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으면, 가슴이 뻥 뚫리며 삶이 다르게 다가온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은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두 번째 정규앨범인 '숨'(Breath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슬픔을 털어놨다.

    박혜상은 "팬데믹 기간 많은 고민과 고찰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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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정규앨범 '숨'(Breathe) 발매...'세이킬로스이 비문'서 영감 얻어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두 번째 앨범 숨BREATHE을 발표한 소프라노 박혜상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록곡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202425 사진연합뉴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두 번째 앨범 '숨'(BREATHE)을 발표한 소프라노 박혜상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록곡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2024.2.5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으면, 가슴이 뻥 뚫리며 삶이 다르게 다가온다. 슬픔 속에서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빠져든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은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두 번째 정규앨범인 ‘숨’(Breath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슬픔을 털어놨다.
 
박혜상은 “팬데믹 기간 많은 고민과 고찰의 시간을 가졌다. 어두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후 ‘왜 사는 가?’,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박혜상은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점점 힘든 시간을 보냈고 돌아봤다.
 
그를 동굴에서 꺼낸 건 놀랍게도, 기원전 1세기 또는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인 ‘세이킬로스의 비문’이었다.
 
세이킬로스라는 남자가 아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비문에 적힌 문구는 시간을 초월해 그를 위로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빛나라. 결코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잠시동안만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은 그 대가를 요구한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에서 영감을 얻은 박혜상은 현대 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곡 ‘시편’을 떠올렸다. 하워드에게 기존작에 세이킬로스 비문을 넣은 편곡 작품 ‘While You Live’를 의뢰했다. 바람소리 같기도 한 누군가의 숨이 어우러지는 ‘While You Live’는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영감을 얻은 ‘Vivancos: Vocal Ice: II. Calme, tendre’은 가사 없이 ‘아’라는 모음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혜상은 2020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전속 계약을 맺었다.
 
한국 가곡을 많이 부른다고 밝힌 그가 이번 앨범에 선택한 곡은 한국 작곡가 우효원의 작품 ‘Requiem aeternam (Eoi Gari)’(어이 가리)다. 아쟁의 단선 반주와 박혜상의 목소리는 죽은 영혼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간절한 위로를 전한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사진=유니버설뮤직]
 
박혜상은 앨범 표지 등 모든 것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앨범 제목이 ‘숨’인 이유와 물속에서 숨을 쉬는 사진을 앨범 표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혜상은 “앨범 녹음을 마치고 숨을 쉬기 위해 물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꿨다. 물 속에서 세이킬로스의 비문과 순례길에서 경험한 충만함을 느꼈다”라며 “물속에서의 숨은 가장 평안했고, 본연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깊은 평화를 느낀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앨범은 박혜상을 ‘숨’ 쉬게 했다. 그는 “이번 앨범은 아무도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만큼 모든 걸 쏟아 2년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혜상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정말 많이 깨달았다. 예전에는 ‘행복해야 해’, ‘뭐든지 다 좋아야 하고 잘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강했다”라면 “현재는 꼭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오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 숨’을 공연한다.
 
박혜상은 “세이킬로스의 마음으로 들어가 빙의해보겠다. ‘사랑하자. 슬퍼할 순간에 빛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루크 하워드의 ‘While you live’로 시작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가곡 작품번호 27번’은 스트라우스가 결혼할 때 아내에게 바친 곡이다. ‘어이가리’, ‘가시리’, ‘새야새야’를 통해서는 한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리사이틀 후 박혜상은 LA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예정돼 있다.
 
연말에는 오페라 가수로 최고의 무대에 선다. 오는 10월에는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돈 조반니’(체를리나 역), 오는 11월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마술피리’(파미나 역)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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