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과 입주권은 모두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소유시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는 같지만 매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상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의 경우 직거래 비중이 매우 높았고, 입주권은 매우 낮았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분양권 거래는 189건이며 그중 79건(41.8%)이 직거래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기준 6.9%(3만4063건 중 2306건)만 직거래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매우 크다. 반면 입주권은 단 2.9%(340건 중 10건)만 직거래로 이뤄지며 오히려 일반 거래보다도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작았다. 7일 기준 올해 서울 분양권 거래 13건 중 7건이 직거래였으며 입주권의 경우 23건 중 3건이 직거래인 것으로 나타나 이런 경향은 이어지고 있다.
직거래는 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하는 거래로 공인중개사에게 들어갈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최근엔 직거래를 위한 커뮤니티도 생기며 직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사기 등 우려로 제3자 간 직거래는 여전히 드물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분양권은 세법상 1년 이하 보유 후 매도할 경우 시세차익의 70%를 세금으로 낸다.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77%에 달하며 2년 내 팔면 66%다. 반면 입주권은 보유 주택 등 조건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권을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낮춰 계약하는 ‘다운(down)계약’을 맺거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간 낮은 가격에 매매하는 ‘저가양수도’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분양권 직거래 중 꽤 많은 경우를 다운계약으로 추측한다”라며 “세금이 높아, 이를 줄이기 위해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를 공식적으로 중개하려는 공인중개사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운계약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실제로 중개했더라도 직거래로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캐슬 SKY-L65'와용두동 '한양 수자인 192' 등 아파트 분양권은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해당 거래들이 논란이 되자 동대문구는 다운계약으로 의심되는 분양권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정밀조사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의심 중개사무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 등과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입주권의 직거래 비중이 특히 낮은 이유로는 분양권과 다른 ‘개별성’이 꼽혔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입주권의 경우 요건에 따라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라며 “세금 부분에서 분양권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병탁 부지점장은 “특히 입주권은 개별 물건별로 변수가 존재한다”라며 “입주권 거래를 했음에도 조건에 따라 집을 받지 못하고 청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이 구청과 조합 등에 해당 물건의 권리 내역을 확인하는 것을 돕는다”라며 “입주권 매매시엔 투자자들이 직거래보다 중개거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