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오조라은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노출로 휘청이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 금융권이 아오조라은행과 유사한 전략을 취했던 점에 비춰, 한국판 아오조라은행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2일 블룸버그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증시에서 아오조라은행의 주가는 장중 18.5%나 급락하면서 2021년 2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틀 간의 폭락으로 아오조라은행의 시가총액은 약 1280억엔 증발했다.
전날 아오조라은행은 올해 1분기(1~3월)에 280억엔(약 25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전 추정치는 240억엔 이익이었다. 아오조라은행은 부실 대출 처리를 위해서 324억엔(약 2930억원)을 따로 배정했다.
대형 은행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아오조라은행은 약 10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했다. 이 은행의 대출의 약 3분의 1은 해외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의 전신인 일본채권신용은행(Nippon Credit Bank)은 일본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국유화가 됐다가 이후 민영 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아오조라은행의 역사는 복잡하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투자 메모를 통해서 아오조라은행의 주가를 주당 약 2460엔으로 책정하고, 투자 등급을 매도로 유지했다.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지난해 4분기에 2억5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아오조라은행의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졌다.
외신은 한국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은행과 펀드매니저들은 아오조라은행과 유사한 전략을 따랐다”며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부실 대출의 물결에 노출돼 있다”고 짚었다.
도이체방크는 4분기에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손실로 인해 충당금을 전년 대비 4배나 늘렸다. 이 은행의 오피스 시장 노출은 전체 대출의 1.5%에 불과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면 장부상 23%를 차지한다.
2025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약 56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위기에 취약한 지역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노출이 큰 점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NYCB의 손실은 다른 은행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NYCB는 지난해 시그니처은행 인수로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로 늘어나 대형은행 수준의 유동성 요건 등의 적용을 받게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NYCB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