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산업단지 내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강한 불길과 건물 붕괴로 끝내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공장 건물 안에서 인명 수색 도중 고립됐으며 약 8시간 만에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1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7분쯤 문경시 신기 제2일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육가공 공장 화재로 인명 수색을 위해 선착대로 투입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구조대원 박수훈 소방사(35)와 김수광 소방교(27)가 공장 건물 4층 중 3층에서 고립됐다. 구조에 나선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약 5시간 만인 이날 0시 21분쯤 김 소방교가 3층의 내려앉은 바닥 부분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 소방사 시신도 같은 날 오전 3시 54분쯤 이곳에서 7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했다. 순직한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이들은 같은 팀 대원 2명과 4인 1조로 건물 3층에서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하던 중 불길에 휩싸이면서 고립됐다. 소방 당국은 숨진 소방관들이 불길이 확산하고 공장 건물이 붕괴하자 3층에서 2층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신고로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돌입했다.
동료 대원들은 "순직한 김 소방교는 2019년에 공개경쟁채용으로 임용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화재대응능력 취득 등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다"며 "2023년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
이번 사고로 순직한 대원들은 모든 재난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구조 활동에 임해 선후배들에게 높은 신망을 얻고 있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순직한 이들 소방대원은 지난해 7월 경북 북부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당시 실종된 문경시·예천군 주민을 찾기 위해 68일간 수색 활동에 투입돼 실종자를 찾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영결식은 3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문경 화재 현장을 찾아 빈소에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회의 이후 예정됐던 당 영입 인재 환영 행사와 박형준 부산시장 예방 등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한 위원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두 순직 소방관을 호명한 뒤 "이런 영웅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지탱된다"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 두 영웅의 용기와 헌신을 품격 있게 기리고, 유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