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홍콩 법원이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리면서 중국 부동산 업계가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부동산 과열을 가장 크게 경계하던 상하이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31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시 주택도시농촌건설관리위원회와 주택관리국은 전날 ‘주택 구매 제한 정책 최적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이날부터 상하이 후커우(戶口·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하기 위한 중국의 호적 제도)가 없는 미혼자도 주택을 최대 1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구매 가능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하이시에 5년 이상 사회보험료 혹은 개인소득세를 납부한 경우다. 기존에도 이 경우에는 후커우가 없어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기혼자일 경우’라는 조건을 삭제했다.
또한 구매할 수 있는 주택을 충밍구를 제외한 외곽 지역으로 한정했다. 상하이 전체 주택공급량과 거래량에 있어 외곽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만큼 규제 완화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정책이 중국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중개 기업인 중위안(中原)의 루원시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사회적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졌고, 중·장년층 미혼 인구 비율이 높다”며 “이번에 정책이 수정되면 청년들은 집을 살 기회가 생기고, 도시는 활력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상하이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던 대표적인 도시였다. 상하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후에도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을 끌어올리는 등 규제 완화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정책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심은 집중되겠지만 춘제(중국의 설) 전후는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정책이 축적되는 시기로, 실질적인 효과는 하반기부터 차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