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로 배터리 공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 인하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공세가 더욱 무서워질 전망이다.
30일 중국 매체 텅쉰망은 "배터리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가격이 배추 가격만큼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과 모듈, 팩으로 나뉜다. 여러 개 셀을 하나의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 모듈을 묶어 제어 및 냉각 시스템을 장착시킨 것이 팩이다. 통상적으로 셀은 팩 가격의 약 80%를 차지한다.
중국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핵심 원자재인 탄산리튬 가격 하락을 꼽았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탄산리튬 평균 가격은 톤당 9만6000~9만8000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47만7500위안)에 비해 약 80% 급락했다. 탄산리튬은 배터리 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밖에 분리막, 전해액, 음극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이 이처럼 급락세를 보이는 건 공급과잉 때문이다. 가오공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배터리 셀 공장 가동률은 전년 75%에서 65% 미만으로 떨어졌다. 배터리 제조사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CATL)의 지난해 3분기 공장 가동률은 70%대로 전년 같은 기간(81.25%) 대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룽즈창 신뤄쯔쉰 선임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리튬전지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장됐고, 지난해에 들어서면서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배터리 셀 가격 하락은 다운스트림 업체의 원가 절감에 도움이 돼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산리튬 가격이 아직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만큼 중국 배터리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계에서는 올해 탄산리튬의 평균 가격이 톤당 7만~9만 위안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후이 중국전지산업연구원 원장은 “배터리 셀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원자재 가격에 달려 있다”며 “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밀도 향상 등 다른 방식으로 단기간에 원가를 낮추기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