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은 일찍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입장을 정하고 민주당과의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형태의 제도다. 연동형에 비해 이론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연동형의 경우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으면 소수 정당 몫이 늘어날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선거 결과를 연동하되, 연동률을 조정해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비록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는 민주당의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지난 총선처럼 위성정당을 통해 선거를 치르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준연동제 비례제도는 제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 처리가 필요했던 민주당이 정의당과 야합하면서 태어난 산물”이라며 “민주당이 선거제 확정을 미루는 것은 명백히 국민주권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총선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 비례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위성정당 출현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협상 초기 단계부터 전국구 병립형 제도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회귀 입장을 지속 주장해 왔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및 비례 모두에 입후보 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중후보 등록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 기류가 상당하다. 거기에 민주당 당내에서도 여전히 비례대표제 해법에 대한 이견이 커 협상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생각은 있지만 당내 상당수 의원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4개월 넘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종적인 입장 정리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할 수 없이 현행 준연동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겠냐는 인식도 상당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은 위성정당 창당이 없는 선거제 개편을 희망하지만, 그것이 힘들어진 상황이라 현재 당 사무처를 중심으로 위성정당 창당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