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컨트롤하는 정부에 대해 가상자산업계 관계자가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023년 9~11월까지 전 세계 비트코인 법정화폐 거래량 비중에서 원화가 약 41%를 차지, 달러(비중 40%)를 누르고 가장 많이 거래한 통화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규제에 가로막힌 현실을 답답해 했다.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달러는 그 위상을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은 세계 1위도 차지하는 막강한 위치인데,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규제 일변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기술혁신 흐름과 함께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수년 전에 머물러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혼란을 부추긴 일련의 사태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피델리티 등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한 후 가상자산 시장은 대혼란을 맞았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규정하면서다. 해당 유권해석은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 부처가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 근거를 둔다. 당장 투자자들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일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는데 7년 전 '가상자산=투기 대상' 프레임을 꺼낸 정부에 볼멘소리가 터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는 3주 뒤 부랴부랴 가상자산 과세도 국회 차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혼란을 겪은 뒤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 폐지 논의는 긍정적 이슈긴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 이야기는 2017년 공직자 재산목록에 포함한다는 내용과 함께 나왔던 이야기인데 아직도 같은 이야기로 왈가왈부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600만명이 몸담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이슈인데 표심을 이유로 이렇게 호떡 뒤집듯이 정책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3조원, 이용자는 627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순식간에 오르고 내리는 비트코인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비트코인 ETF에 대해 사실상 거래 금지 방침을 내놓은 것을 아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무섭다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펼쳐서는 답이 없다. 특히 정부에서 우려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나 '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하려면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만 봐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정부도 하루빨리 가상자산을 양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빠르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