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재활용과 폐기물 절감 등을 골자로 하는 순환경제는 지속 가능 성장 및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추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자원 사용·생산·폐기'로 요약되는 기존의 선형경제와 달리 자원 절약을 중점에 두고 있는 순환경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경제 정책으로 점차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베트남 역시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글로벌 추세에 편승해 순환경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베트남은 지난 2021년 열린 제13차 당 대회에서 결의안에 ‘녹색경제·순환경제·환경친화적 경제 건설’ 정책을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로드맵, 메커니즘, 정책 및 순환경제 모델을 형성하고 운영하기 위한 법률 내용이 포함됐다.
베트남 자원환경부 산하 천연자원 및 환경 전략정책 연구소 응우옌 딘 토(Nguyen Dinh Tho) 소장은 베트남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 순환 경제를 2020년 환경보호법으로 도입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후 2022년 1월 발표된 베트남 정부의 의결안은 순환경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각종 투자 프로젝트, 시설, 집중 생산·사업·서비스 지역, 산업 클러스터, 도시 지역 및 집중 주거 지역의 투자주가 순환 경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시행하는 규정이다.
이처럼 베트남은 수년 전부터 관련 규정을 마련해 글로벌 순환경제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전문가들은 순환경제의 개념과 규제를 정책과 법률체계에서 조기에 인식하고 제도화한 것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지지와 과학계의 공감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잠재적인 경제 모델에 대한 비즈니스 공동체의 지지를 얻으며 경제계도 구체적인 조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순환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순환경제에 관한 국가 행동 계획 개발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서, 베트남에 대해 각종 권고 사항을 제시하고 자문을 제공한다.
UNDP 베트남의 라므라 하리디(Ramla Khalidi) 상임 대표는 UNDP가 정책 기획에 대한 전문성과 혁신 분야의 실제 경험을 결합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 행동 계획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UNDP는 순환경제에 대한 역량 구축, 인프라 강화, 개입 실행, 폐기물 관리부터 예상 기간 및 예산을 포함하여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과제를 명확하게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이 추진하는 순환경제 네트워크는 2022년부터 UNDP와 자원환경부가 시작한 민관 파트너십 이니셔티브가 정부 기관과 기업, 지역사회, 개발 파트너 및 연구 기관 간의 상호 작용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베트남 순환경제 촉진을 위한 기술 및 재정 자원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라므라 하리디 대표는 어떤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 약 80%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결정될 수 있다며, 순환경제에서는 무엇보다 '설계'에 핵심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UNDP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포장, 플라스틱, 섬유, 전자제품 등 우선 제품을 포함한 친환경 설계 로드맵을 채택할 것을 권장한다. 베트남은 이와 함께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구매력 증진을 위한 '녹색공공조달(GPP, Green Public Procurement)'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2020년 국제 플라스틱 행동 파트너십(GPAP, Global Plastic Action Partnership Program)에 가입했다. 크리스티안 카우프홀츠(Christian Kaufholz) GPAP 이사는 ‘베트남 국가 플라스틱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NPAP)’에 정부기관부터 민간 부문까지 200개 이상의 참여 조직이 있다고 전했다. GPAP는 베트남의 국가 플라스틱 처리 행동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베트남 내에서 녹색 및 순환 경제를 향한 개발 전환을 실행하는 대표적 지역으로는 다낭 바로 위에 위치한 베트남 중부의 트어티엔후에성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특히 녹색 에너지 전환에 관한 실행 프로그램,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 약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목표는 2030년까지 운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하고 전기 및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트어티엔후에성은 UNDP의 지원하에 ‘개인의 전기차 구매를 위한 우대 대출 지원’ 파일럿 정책과 같은 녹색 교통 계획을 연구하고 있다. 폐기물 수거를 위해 6대의 전기 트럭을 시범 배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기업환경지수(Business Climate Index)를 기업에 전파하고, 기업이 녹색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도록 지원해 녹색 제품 및 가치사슬에 투자하도록 했다. 작년에는 UNDP가 1~2년 만기 무이자 대출 형태로 후에 시민 190명과 배달원 65명을 대상으로 전기오토바이 전환을 위한 금융지원을 진행했다.
후에 도시환경건설주식회사 통계에 따르면 매일 트어티엔후에성 전체에서 출처가 분리 처리되지 않은 고형 폐기물이 600톤 이상 발생한다. 성에서는 가정용 고형폐기물을 원천적으로 분류한 뒤 소각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성은 2023년 9월 1일부터 테스트 중인 일일 600톤 용량의 푸선(Phu Son) 폐기물 발전소에 대한 건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성 내 생활고형폐기물을 처리해 매립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정부 차원에서 순환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여러 기업들은 녹색 제품과 순환 제품을 주요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녹색 전환 모델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순환 경제를 발전시켜 많은 경제적 가치와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순환경제 발전 과정에 여러 가지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적으로는 인식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순환경제, 특히 순환경제 모델은 여전히 상당수의 베트남 정부 기관과 기업 및 국민들에게 낯선 개념이다. 따라서 순환경제라는 개념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특히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주요 주체인 기업의 경우, 설계 및 생산 과정 등에 있어 순환경제 모델을 구현하려면 전 생산 과정을 조정해야 하고 그만큼 자원을 추가적으로 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둘째로는 법적 규제가 있다. 특히 순환 경제 개발과 관련된 환경 보호법, 토지법, 건설법 등 규정 간 일관성, 상호동조성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0년 환경보호법의 순환경제에 관한 규정은 아직 기업들에게 상당히 낯선 내용이고, 이전에 발표된 다른 법률은 일관성 측면에서 아직 보완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외에도 베트남 기업들이 대거 입주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계획과 기반시설이 순환경제 발전을 추진하기에는 아직 미비하다는 문제도 있다. 베트남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로의 기업 투자 유치는 순환경제 모델의 요구 사항과 특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괴리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순환경제 모델을 한층 확대 적용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수집, 분류 및 재활용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의 회수, 재활용, 재사용으로 인한 비용과 이익의 조화 보장 △순환 및 대체품에 대한 수요 확대 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