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경기장을 둘러싼 영세 업체와 인천광역시·신세계야구단 사이의 소송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야구단에 문학경기장을 위탁한 인천시가 위탁 계약이 위법하다는 점을 정부로부터 지적받았음에도, '위탁 계약해지 여부는 시장 재량'임을 내세워 계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 업체들은 위법성을 모른 채 신세계야구단과 문학경기장 시설 일부에 대한 전대 계약을 맺고 다른 업체들에 이를 다시 전전대했다가 계약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대부분 업체가 퇴거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위법 계약으로 손해" 100억대 소송 냈지만…1심 '원고 패소'
26일 아주로앤피 취재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3년 SK와이번스(현 신세계야구단)와 인천 문학경기장 및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등의 운영을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다. SK와이번스는 2017년 A사와 문학경기장 동측 지하 1층 일부를, B사와 동측 1·2층 일부를 2032년까지 사용허가하는 전대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A·B사는 시설 일부를 다시 다른 업체에 빌려주는 전전대 계약을 맺었다.
이에 2020년 8월 A·B사는 소송을 냈다. 그 사이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A·B사는 인천시와 신세계야구단을 상대로 "위법한 관리위탁계약으로 전대받은 시설을 제3자에게 전전대해 수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졌으므로 손해배상금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인천시와 신세계야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법 민사14부는 "인천시가 신세계야구단과 관리위탁계약을 해지하지 않아 전대계약 자체는 이행 중이어서 실질적으로 A·B사가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상공인 보호 위해 관리위탁 계약 해지 안해" vs "지자체·대기업 책임회피, 갑질 행위"
A·B사는 즉시 항소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지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소송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심에서도 인천시와 신세계야구단 사이 체결된 관리위탁 계약의 위법성과 전대계약의 이행불능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인천시와 신세계야구단은 "정부합동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2013년 관리위탁계약으로, 당시 문제됐던 조항은 2018년 관리위탁계약에서 삭제 또는 개정됐다"며 "A·B사와의 전대계약도 이행불능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8년 관리위탁 계약서에 따르면 부칙 조항을 두고 '문학경기장 내 일반재산의 새로운 수탁자를 선정해 위탁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신세계야구단이 관리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일반재산을 대부받은 자가 어느 하나의 조건에 해당할 경우 그 대부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재량행위를 규정하고 있다"며 "인천시는 소상공인 보호와 상생을 고려해 행정감사를 이유로 신세계야구단과 관리위탁 계약을 해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A·B사 측은 인천시와 신세계야구단이 정부합동감사 이후 부칙 조항만 두고 적법한 수탁기관을 모집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들은 "정부합동감사 이후 전전대 계약을 맺고 입점해 있던 대부분의 업체가 지위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대부분 퇴거했다"며 "남은 2개 업체마저 계약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차임을 지급하지 않고 임대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김종민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신세계야구단과의 전대 계약은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한 계약으로 당연 무효"라며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이 영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정부로부터 위법성을 지적받자 모든 책임을 원고들에게 떠넘기고 있어 지자체와 대기업의 전형적 '갑질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보호'라는 인천시 주장은 책임 회피를 위한 무책임한 발언으로, 원고들이 위법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