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 설립 여부 키는 '자본력'...단통법 폐지되면 생존도 위기

2024-01-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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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유통업자, 다다익선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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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텔레콤·스테이지파이브·미래모바일 CI. [사진=각 사]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하면 제4이통사는 설립 이후 생존에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립 단계에 필요한 자본조차 조달 가능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운영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정책이란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단통법은 2014년 서비스·요금 경쟁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정부가 단통법을 폐지하려는 이유는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통신사와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에게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앞으로 생길 제4이통사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설립 성공 여부의 관건이 자본력일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한 제4이통사가 거대 전통 이동통신사를 제치고 고객을 유치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진단이다.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진다 해도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마케팅비를 더 늘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전통 수익원인 통신보다는 생성 인공지능(AI) 등 미래 수익원 발굴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통3사에서 정책지원금을 공급받는 대리점·판매점 등 중간유통업자다. 이통3사는 매년 수조원 단위의 정책지원금을 이들에 지급한다. 통신 시장 포화로 비용을 줄이는 추세라지만, 제4이통사의 현실을 적용하면 이른바 '넘사벽' 수준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누적 이통3사의 지원금 규모는 8000억원에서 2조원대에 달했다. 기업별로 보면 SKT 8650억원, KT 1조9231억원, LG유플러스 1000억~1400억원대다. 

반면 제4이통사 선정에 도전장을 내민 세종텔레콤·스테이지파이브·미래모바일 3사는 자본력에 대한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제4이통사는 설립 후 영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다다익선을 노린 중간유통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조 단위 비용을 들여 고객을 유치하는 이통3사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제4이통사가 감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MVNO) 업체 스테이지파이브는 신한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으로 신규 법인 '스테이지엑스(가칭)'를 세우고 제4이통사에 도전했다. 대형 재무적투자자와의 협력으로 1조원대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스테이지파이브 자체로만 보면 자금 조달 성공 여부는 지켜볼 문제다. 지난해 말 스테이지파이 자본총계 적자 규모는 165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17억원, 비유동자산은 125억원에 불과하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주체인 미래모바일은 2017년 9월 자본금 2억5000만원에서 시작한 소기업이다. 미래모바일은 유럽 최대 통신 기업 보다폰 등과 함께 증자를 통해 1조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현재 어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전장을 내민 곳 중 재정 상태가 그나마 나은 곳은 세종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현재 당장 가용한 현금성자산 170억원 등 총자산은 5089억원 수준이다. 이익잉여금도 400억원 보유했다. 

설립 단계까지 필요한 자금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보증이나 정부 입김으로 해결한다 해도 문제는 그다음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 중론이다. 

한 MVNO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하면 제4이통사는 사실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는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업간 거래(B2B)를 파고든다고 해도 이통3사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버리다시피 한 영역에서 얼마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이미 제4이통사는 전통 이통사와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인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어려움을 더 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4이통사가) 설립된다 해도 얼마 못가 기존 이통사에 흡수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며 "정부가 제4이통사를 밀어붙이는 행태를 이해하려 해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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