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현상이 겹치면서 지난해 이자를 갚지 못해 발생한 부동산 경매 신청(임의 경매) 접수가 10만건을 넘어서면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깡통전세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실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발생한 강제 경매는 오히려 예년에 비해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건수는 10만5614건으로 지난해 6만5584건 대비 61.04%(4만30건) 늘었다. 임의경매 신청건수는 2014년 12만4253건을 기록한 이후 2015년부터 낮아져 6만건 수준까지 줄었으나 지난해 갑작스레 급증했다.
지역별로 대전시와 제주도, 울산시, 광주광역시 등에서 2022년 대비 지난해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서울시와 경기도도 각각 81.16%와 73.36% 늘어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해 임의경매가 크게 늘어난 반면 강제경매는 예년보다 수가 적었던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건수는 6만751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6만4134건)을 제외하면 최근 10년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임의·강제경매 모두 부동산 경매의 일종으로, 입찰·감정 평가·매각 절차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일정한 기간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다른 법적 철자 없이 곧바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고, 강제경매는 법원의 판결(허가)이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이면 임의경매를, 세입자(임차인)는 강제경매를 활용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발생한 경매는 크게 늘었지만,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발생한 경매는 많지 않았던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도 임의경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 한 집주인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더라도 거래가 되지 않다 보니 원리금을 연체해 임의경매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전 고점에서 많은 대출을 부담하고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많아 임의경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