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대본 작가의 무리한 설정 및 전개 논란에 휩싸이자 드라마의 기반이 된 원작 소설 작가가 또다시 제작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23일 소설 '고려거란전쟁'의 길승수 작가는 언론과 SNS를 통해 해당 드라마에 '역사 왜곡' 수준의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길 작가는 '고려거란전쟁'의 원작자이자 자문위원으로 지난 2022년 제작진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길 작가는 "촬영 전 몇 회의 대본을 받아 본 게 전부"라며 "당시 사료와 다른 부분, 수정해야 할 내용 등을 정리해서 전달했는데 연락이 없었고, 그 후 드라마로 나온 걸 보니 수정 없이 그냥 등장하더라"고 전했다.
등장인물과 사건 등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자문한 부분이 없고, 원작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가고 있다는 게 길 작가의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게 '대하' 사극이 아닌,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퓨전 사극이었다면 마음대로 각색해도 된다. 원작과 달라도 된다"며 "하지만 '고려거란전쟁'은 그게 아니지 않나. 대하 사극인데 역사적 사실과 달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 논란은 양규 장군 캐릭터의 전사 이후 불거졌다. 길 작가의 여기까지만 원작 소설에 나온 대로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
길 작가는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17회부터인데, 16회까지 제가 쓴 원작을 최대한 비껴가려 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쓴 것"이라며 "이후에 나오는 내용들, 가령 현종이 지방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지방 호족들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내용 등은 사실과 심각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청자들로부터 '금쪽이'라고 불릴 정도로 허술하고 철없게 묘사되는 '고려거란전쟁' 속 현종의 모습에 대해 우려하면서 길 작가는 "참혹하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강감찬의 역할을 지나치게 키우면서 다른 캐릭터의 비중을 축소하고, 현종 역시 갑작스러운 '낙마 장면' 등을 끼워 넣는 등 무언가 부족한 인물로 그린다는 지적이 현재 제기되고 있다.
길 작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원작 계약 후 제작진, 작가와 만나 역사 강의를 5회 정도 해줬다"며 "갑옷도 함께 보고, 미술 자문도 했는데 (드라마) 작가가 교체됐다. 이후 새로 온 작가는 제 강의를 30분 정도 듣더니 '필요 없다'고 해 저도 자문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