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행정지도로 시범 시행 중인 바젤3 기준 거액 익스포저 한도규제를 오는 2월부터 정식 제도화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동안 이 규제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었다.
이 규제는 은행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저 수준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대기업집단 중심의 특정 차주에게 자본의 25% 이상 대출을 내어줄 수 없다. 이는 현재 도입하고 있는 '신용공여 한도규제'보다 더욱 넓은 개념이다. 신용공여 한도는 총자본(기본+보완)의 25%이지만, 거액 익스포저 한도는 기본자본의 25%다. 모수 범위가 작아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익스포저 산정 범위도 더욱 넓어진다. 대상은 '통제관계'의 기업집단뿐 아니라 기업집단의 부실화나 부도 위험이 확산될 수 있는 '경제적 의존관계'인 기업까지 포함된다. 예컨대 A은행이 B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계산할 때 B기업의 협력업체인 C기업 익스포저까지 함께 B기업의 익스포저로 묶어 평가받게 된다. 하청 업체의 부도 위험 시 원청 업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4년여 행정지도를 통해 국내 영업 환경을 고려해 바젤 기준보다 완화돼 적용된다. 예컨대 주택 관련 대출 등 서민생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 대출에 대한 보증기관의 보증 익스포저에 대해서는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한국수출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국내은행 외은지점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산업은행은 제도 도입 이후 2년간 유예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정지도 시행 기간 중 국내 특수성에 맞게 일부 기준이 완화돼 적용된다"면서 "이미 행정지도를 통해 금융사들은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다. 이번 규제를 통해 거액 편중리스크 관리 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그간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기업대출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금리·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가계대출 영업 환경이 나빠지자 기업대출로 여신 전략을 집중해 온 바 있다. 실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에서만 지난해 6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들은 자본시장 자금 조달이 악화하면서 은행 대출 창구를 찾았고, 은행들 역시 적극 기업대출에 나선 영향이다.
대출 규제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가 대기업 중심의 국내 기업 환경에선 영업 환경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쉽게 말해 대기업그룹 단위로 대출이 묶이게 된다는 얘기인데, 이미 대기업 대출은 수요가 있어도 대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특유의 기업 환경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영업 일선에선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