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1만2000분의1 확률 홀인원 성공해도…회원권社 상금 지급 '차일피일'

2024-01-17 17:30
  • 글자크기 설정

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1

싱글 골퍼·프로 골퍼도 어려워

국내 보험사들 홀인원 상품 운영

유사 회원권社는 상금 지급 미뤄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가드인 스테픈 커리가 지난해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스테이트라인의 에지우드 타호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센추리 챔피언십 2라운드 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그린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영상=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 유튜브]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가드인 스테픈 커리가 지난해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스테이트라인의 에지우드 타호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센추리 챔피언십 2라운드 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그린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영상=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 유튜브]

한 골퍼가 파3 홀 티잉 구역에 선다. 쇼트티 위에 공을 올리고 캐디에게 건네받은 아이언으로 호쾌한 스윙을 날린다. 포물선을 그리는 공에 동반자들의 시선이 고정된다. 공은 그린을 몇 번 튕기더니 홀 속으로 들어간다. 뛰면 안 되는 티잉 구역에서 다들 좋다고 껑충껑충 뛴다. 그린으로 내려간 골퍼는 수건을 깔고 홀을 향해 절을 한다. 골프의 꽃, 홀인원 이야기다.

평균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통산 1만2000분의1(0.008%)이다. 매주 1회 라운드를 해도 약 57년 만에 한 번 할까 말까 한다.
홀인원은 한 자릿수 핸디캡을 보유한 싱글 골퍼와 골프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 골퍼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미국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150야드(약 137m) 거리의 파3 홀에서 싱글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5000분의1, 프로 골퍼의 확률은 3000분의1이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 무대에서는 홀인원 최초 성공자에게 부상으로 고급 차량 등을 증정한다.

북한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인 홀인원을 찬양 도구로 사용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1994년 한 호주 매체는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 (김정일) 장군님은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5개나 했다. 18홀을 34타로 끝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 회담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대단한 골퍼다. 18개 홀 모두 홀인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홀인원에 대한 골퍼들의 갈망은 보험사들의 보험 상품으로 이어졌다.

국내 유명 보험사들은 골프 안에 홀인원을 묶은 상품을 출시했다. 보험료는 2000원부터 2만2000원까지 다양하다. 보험사별로 납입 조건과 보장 범위 등에 차이가 있다.

보험에 가입한 골퍼가 홀인원에 성공할 때 100만~300만원을 받는다. 

큰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골퍼 A씨는 2012년부터 6년간 허위 영수증으로 보험금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문제는 돈에 눈먼 골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험사라 할 수 없는 업체들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명 '홀인원 회원권'이다.
 
홀인원 회원권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A사와 B사 홍보 문구. [사진=이동훈 기자]
홀인원 회원권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A사와 B사 홍보 문구. [사진=이동훈 기자]

OTT 업체인 A사는 유명 코미디언을 앞세워 월 9000원짜리 홀인원 회원권을 발행했다. 홍보 문구에는 홀인원 성공 시 필드 200만원(무제한), 스크린 15만원(연 12회)을 적었다.

골프 플랫폼인 B사는 일 200원, 연 계약(7만3000원)을 체결하면 홀인원 성공 시 무제한으로 필드 300만원, 스크린 30만원을 보장한다. B사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로고를 홍보 문구에 넣었다. KPGA 관계자는 "홀인원 비용 미지급 등의 문제로 지난해 계약을 해지했다. KPGA 로고를 빼는 것을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두 업체는 홀인원 상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한 달, 두 달 밀리더니 이제 6개월은 기본이다. 1년 이상도 속출하고 있다. 골퍼 B씨는 "처음에는 3주, 두 번째는 한 달 반이 걸렸다. 지인은 6개월 넘게 기다리고 있다.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답변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퍼 C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회원권 구매 금액을 모아서 돌려막기를 하는 것 같다. 소액이라 소송을 걸기도 애매하다. 피해자를 다 모아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홀인원 회원권은 보험 상품이 아닌 구독 서비스이다 보니 사각지대에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회원권은 보험 상품이 아니다. 또한 A사와 B사는 금감원이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회원권 신청과 홀인원 심사가 많다. 상금 지급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지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