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대기수요 시대 끝…車 산업, 올해가 기로

2024-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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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수요 효과로 완성차업체에 유리하게 조성됐던 자동차 시장의 영업환경이 올해부터 변수로 둘러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차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산업 성장세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선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과 유럽의 불투명한 정책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친환경차 성장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크다. 이 같은 파장은 자동차 관련 산업에까지 퍼지면서 배터리업체의 경우 매출 다각화를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車 성장세 둔화 시작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9220만대로 전년 대비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지난해(10.2%) 대비 5분의 1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의 판매량은 1.3% 증가한 1650대다. 지난해 15% 이상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 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3.3%의 차 판매 성장세를 나타낸 유럽연합(EU)은 올해 1.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예상치는 1220만대다. 중국은 3000만대로 지난해보다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성장(8.2%)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의 판매 증가율 예상치는 지난해 18%에서 올해 0.7%다. 
이처럼 올해부터는 주요 국가의 판매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조성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로 누적됐던 이연수요 효과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끝이 났고 경기 둔화, 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차량 가격이다. 지난해 말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8759달러에 형성되며 재고가 날로 쌓여가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 재고는 270만대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71일치 물량이 쌓이며 각 딜러사들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수출 물량의 72%를 차지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량은 지난해 732만대에서 올해 583만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IRA,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무역 규제 속에서 SUV로 활로를 찾고 있었지만 올해는 차별화된 SUV 판매 전략을 짜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분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지 맞춤형 전략을 서둘러 구상하지 않으면 양적 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적 불확실성에 믿었던 친환경차마저
더 큰 문제는 올해 전기차·하이브리드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판매량은 2017년 9100만대에서 지난해 약 7640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해야 하지만 정책적 불투명성이 떠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로 전기차 관련 정책이 강화되거나 후퇴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IRA를 폐기하거나 탄소중립 정책 속도를 늦출 경우 전기차 시장 전반이 가라앉을 것이 우려된다. 현지공장 설립, 공급망 다변화를 꾀해온 제조사로서는  IRA와 같은 인센티브 정책이나 파격적인 가격 할인 없이는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IRA 등 관련 강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완성차업계는 각종 변수에 맞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산 견제를 포함해 아시아권 완성차 업체를 겨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EU 내 자동차 시장 1, 2위를 달리는 독일과 프랑스가 보조금 제도를 축소했고 핵심원자재법(CRMA) 등 공급망 질서 재편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유럽시장 내 합산 점유율은 8.8%다. 보조금 삭감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면 유럽전선을 확대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역시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며 판매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성장률은 19.2%로 지난해(34.6%)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차 산업 둔화에 배터리 초긴장

글로벌 자동차 산업 성장세가 올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매출 다각화 차원에서 전기 이륜차 및 상용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륜·상용차 시장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전략에 따라 견조한 전동화 전환 수요를 보여서다.

최근 배터리 기업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은 지난 10일 베트남을 찾아 전기 이륜차 업체인 셀렉스 모터스 측과 만났다. 양사는 배터리 장기 구매 계약과 동남아시아 내 배터리 교환소 운영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폭발적 팽창이 예상된다. 이륜차가 동남아시아 운송 수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상용차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폴란드 배터리 팩 제조·판매 기업인 ICPT에 약 20만개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디젤유(경유)를 사용하는 1톤급 적재 중량의 상용차 신규 등록이 금지된다. 이 때문에 전기 상용차 시장이 기존 디젤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SK온은 최근 국내 유통 중인 중국 헝양의 에픽시티에 NCM 배터리를 탑재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신규 전기 트럭을 도입할 계획인데,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의 볼보향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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