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안승훈·최문수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74)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5)에게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특히 상품 출시 전 유해성 검사를 의뢰해 놓고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출시했고, 백혈구 수치 감소 등 결과가 나왔는데도 판매 중지나 회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실험보고서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심은 2021년 1월 가습기 살균제 원료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해성이 입증돼 유죄 판결을 받은 옥시 등이 사용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 기업이 사용한 원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 등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가습기 메이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한편 영·유아들이 원인 불명인 폐질환을 앓는 사례가 많아지자 보건당국이 조사를 진행했고,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26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