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동산 PF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이자 후취 등을 통해 PF 사업장 만기를 연장하고 연체율 관리 등 부실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부동산 PF 관련 자산 부실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손실 인식엔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이다.
캐피털이 대표적인 업권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캐피털사의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3.6%에서 올해 6.5%로 뛰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4%에서 2.1%로 높아졌다. 자산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PF 취급 비중이 큰 오케이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전년 3.8%에서 25.3%로 급등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9%에서 10.5%로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은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겼으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5%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한국투자캐피탈은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8.6%,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7%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캐피털사들은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상환 예정됐던 브리지론 중 상당수가 만기를 연장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도래하는 캐피털사의 브리지론 총액은 11조7000억원에 이른다. 만기 연장 물량까지 넘어오면서 올해 브리지론 대출 비중이 큰 캐피털사의 부실 채권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PF 손실 인식을 미루는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손실을 확정하게 되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만기를 연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PF의 위험을 사실상 올해로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 올해가 고비"라면서도 "당국의 메시지에 따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주단 협약을 통한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이연해왔던 금융당국 역시 본격적인 부실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사를 포함해 각 업권별로 현재의 충당금 적립 수준과 향후 예상손실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손실 이연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부실과 관련해 업권별로 익스포저에 대한 관리 상황, 충당금 적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취약한 A급 이하 캐피털사에 대해선 일대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적절한 정리, 자구 노력, 손실 부담 등을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