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대규모 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초 올해 상반기 해당 상품 손실 규모가 시장 전망치(3조원)보다 높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 사실상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7일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현장검사 실시'를 선언하고, 해당 상품의 판매 잔액이 19조3000억원(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으로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감원은 지난해 말 해당 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서면 조사 등을 실시했는데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공식화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초 홍콩증시 위기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음에도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오히려 판매한도를 증액해 판매했다"며 "아울러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을 KPI 배점에 포함시켜 판매 확대를 유도했고, 신탁계약서·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 등을 보관하지 않은 점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8일부터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을 시작으로 1월중 12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선 분쟁민원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한 민원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당국은 이번 현장조사를 통해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사전검사 단계에서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공식화한 것은 사실상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실시되며, 현장조사를 통해 위법 건수 등을 체크해 경중을 따지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금감원이 최근 해당 분쟁조정을 위해 사전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때에 대비해 이와 관련된 배상비율 기준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최근 시행된 팀장·팀원 인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분쟁조정3국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분쟁조정3국은 은행이나 금융투자 관련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