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살리기'에 후순위 된 부채 감축…PF 후폭풍 어쩌나

2024-0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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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계대출 잔액 692.4조…전월 比 2조↑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 여전히 100% 웃돌아

'연쇄 워크아웃' 우려에…"보수적 경영계획 수립"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준금리가 1년째 3.5%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부동산 살리기’에도 나서면서 전체 여신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238억원 늘어난 692조40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금리인상기에서 저점을 기록한 지난해 4월(677조4691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사이에 14조9403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단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29조8922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3조6699억원 늘었다. 주담대 잔액 역시 지난해 4월(508조9827억원)을 저점으로 반등했다. 8개월 사이에 18조6602억원이 불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 수준이다. 1분기 동안 가계부채 규모가 상당 폭 줄어들면서 2022년 말 104.5%에서 3%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4월 이후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이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올해 들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살리기’에 나선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표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 확대 적용 등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발표하는 금융당국과 고금리로 긴축에 나선 통화당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한국은행·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감원 간 차이가 없다”면서도 “절대치(부채 규모)를 무조건 줄이는 게 좋은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디레버리징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부채 감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목표에 당국자 간 이견이 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런 지적과 비판을 감내하면서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지만 결국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부실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형 건설사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불안 심리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에 노출된 규모가 큰 제2금융권은 지난해부터 이미 여·수신 규모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시장에 부동산 PF를 비롯한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많아 금융회사들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기존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거나 새로운 대출을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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