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국 화웨이의 최첨단 스마트폰에 탑재된 7나노 칩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의 심자외선(DUV) 장비로 만들어진 것이 확인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DUV 장비의 중국 반입 차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SML이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으로 일부 DUV 장비의 중국 배송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관련 장비의 대중국 수출 금지가 발효되기 몇 주 앞서서 이뤄진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의 소식통은 미국 관리들이 ASML에 연락해 예정됐던 일부 DUV의 배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말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 전화를 걸었고, 네덜란드 관리들은 미국 측에 ASML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DUV 배송은 취소됐다.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온 후 ASML은 성명서를 내고 “2023년 NXT:2050i 및 NXT:2100i 리소그래피 시스템 배송에 대한 라이선스가 부분적으로 취소돼, 중국의 소수 고객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7나노 칩이 ASML의 DUV 장비를 이용해 생산한 것이 확인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역량 강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긴장감이 증폭됐다.
그간 중국은 DUV 장비 비축에 집중해왔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7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DUV 장비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넘게 급증한 37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발효되기 전에 중국 기업들이 DUV를 서둘러 구매하면서, ASML의 올해 3분기 매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46%에 달했다. 미국 정부가 2019년부터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대한 중국 판매를 금지한 가운데 DUV 장비 구매까지 막히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