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이에 따른 시장 상황에 맞춰 채안펀드 운용 규모를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 확대는 현재 내부에서 검토하고 준비 중인 사안"이라면서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정책 대안이다. 향후 잔여 재원 등 변수를 고려해 필요하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안펀드는 경기 침체 등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될 때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기금으로, 현재 83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위기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과도한 스프레드를 해소할 수 있어 시장 내 안전판 역할을 맡는다.
앞서 정부는 시장 안정 조치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안정 조치는 채안펀드를 비롯해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말한다. 시장 안정 조치는 코로나 충격, 레고랜드 사태 이후 50조원을 넘겼고 부동산 PF 지원 조치 등이 추가돼 현재 85조원대로 커졌다.
여기에 △채안펀드 확대 △건설사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건설사 보증 PF-ABCP(자산유동화어음) 차환 △단기자금 PF-ABCP의 장기대출 전환 보증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런 조치까지 고려하면 향후 시장 안정 조치는 1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도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가 시장 안정 조치를 확대하고 나선 데에는 금융권에 자금 조달 우려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PF가 1년 넘도록 지속돼 온 리스크라는 점에서 레고랜드 사태 때와 달리 아직까진 시장에 큰 변동성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연쇄 충격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향후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가 냉각된다면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제2금융권부터 유동성 대응 부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PF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PF-ABCP, CP, 여전채 등 차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만기를 맞는 여전채 규모는 82조9534억원(카드채 28조4500억원·캐피털채 54조503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사에서 PF 채무를 보증한 규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21조7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82%(16조7000억원)가 올해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과 공정 상황, 분양 성과 등에 따라 대응 수단·처리 방향이 다른 데다 회수 성과에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태영건설발 위기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향후 추가로 건설사 워크아웃이 나타나거나 금융시장에서 건설사 자금 융통이 어려워질 땐 금융회사 손실이 현실화하고 재무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