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 등 잇단 전쟁 발발에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의 수주액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주문한 영향이다. 특히 러-우 전쟁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무기 주문이 급증하면서, 한국 방산업계는 잭팟을 터뜨렸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15대 방산업체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말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총 수주 잔고는 7776억 달러(약 1004조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7012억 달러 대비 10% 넘게 급증한 것이다.
전운이 전 세계에 감돌면서 각국이 적극적으로 군사비 지출을 늘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2조24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무기를 전달하면서, 고갈된 역내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탄약과 탱크를 대거 사들였다.
15개 방산업체 가운데 2년 간 신규 수주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2020년 24억 달러에서 2022년 말 152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FT는 “K-9 자주포 탱크를 생산하는 한국 최대 무기 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관련 주문, 특히 폴란드에서 큰 이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한국은 동유럽 국가들의 주문에 힘입어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SIPRI에 따르면 세계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은 2020년 31위에서 2022년 9위로 급상승했다.
독일 탱크 제조업체인 라인메탈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수출이 늘며, 수주 잔고가 2020년 148억 달러에서 2022년 279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반기 수주 잔고는 325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 각국의 방위비 지출에 글로벌 증시에서 방산주는 날아올랐다. MSCI의 방산업 관련 주식 벤치마크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25% 급등했다. 유럽의 Stoxx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지수는 같은 기간 50% 넘게 상승했다. 이러한 주가 오름세는 방위비 지출 증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확신을 반영한다고 FT는 짚었다.
다만, 신규 무기 주문에도 불구하고 유럽 및 미국 등 방산업체 대부분은 공급망 차질과 인력 부족으로 생산 확대에 차질을 겪고 있다. SIPRI가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무기 및 군사 서비스 판매 수익은 2022년 기준으로 총 5970억 달러로,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