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자사주 처분은 왜 할까?

2023-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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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도 보유 중인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서인데요.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소식은 아닙니다. 투자자 지분 가치를 희석 시키거나 없던 의결권이 부활하기도 하기 때문이죠.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건수는 16건이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선 20건이 있었어요.
자사주 처분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주식시장에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사주를 직접 처분하기로 결의한 경우 1일 이내에 해당 사항을 공시해야 합니다. 처분 결의 공시일의 다음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처분을 해야 해요. 또 처분이 완료되거나 기간이 끝나면 '자기주식 처분 결과보고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전날인 26일 세방은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 지급을 위해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처분 예정 주식은 1만3110주로, 처분 예정금액은 1억5941만원 규모입니다. 같은 날 세방전지도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목적으로 3만3560주를 약 20억원에 처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일 GS리테일은 125만8231주를 300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처분 목적은 전략적 협업 강화인데요. 처분 대상자는 대한항공이었습니다. 이후 GS리테일과 대한항공은 제휴사업을 추진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상장사들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일정한 방법에 따라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임직원 성과 보상, 우리사주조합 양도, 교환사채 발행,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하게 쓰입니다. 또 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호재로 읽히지만 처분은 악재로 읽힙니다.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사주 물량이 풀리기 때문이죠. 유통주식수가 늘면서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자사주 처분 공시 이후 주가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LS전선아시아는 지난 8월 16일 자사주 39만7303주 전량을 시장을 통해 매도한다고 밝혔는데요. 이튿날 주가는 하한가로 마감했습니다. 물론 초전도체 테마로 급등한 탓에 낙폭이 더욱 크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삼영이엔씨가 지난 8월 자사주 처분을 공시한지 하루 뒤 주가는 11.97% 떨어졌고 칩스앤미디어는 9.34%, 피에스케이홀딩스는 8.40%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무조건 떨어지는 건 아니긴 합니다. 자사주 처분의 목적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에요. 올해 상반기 이차전지 투자 광풍에 주가가 급등했던 금양은 올해 자사주 처분을 3번이나 했습니다. 투자 자금 조달 마련이 목적이었죠.

지난 5월 이차전지 공장 증설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00만주, 7월 몽골 MONLAA LLC 유상증자 주금 납입 자금 및 이차전지 공장(기장) 설비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100만주를 처분했습니다. 금액 규모는 각각 525억원, 897억원 규모를 해외 기관투자자에 매각했죠. 이어 8월에는 에스엠랩 지분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20만주를 처분했어요. 253억원 규모입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자기주식 처분은 기업가치 고평가 해소와 주가안정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처분은 성과보상, 운영자금확보, 기업 구조조정 등 다양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해당 이벤트를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 하느냐에 따라 주가상승이 관측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 지분과 자사주를 맞교환해서 의결권을 되살리고, 경영권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자사주는 처분하면 의결권이 다시 생깁니다.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은 자유로운데요.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가야 하는 몫을 자사주 매입에 쓴 만큼 처분 목적에 따라 주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결권이 다시 부활하기도 해 주주평등원칙이 침해된다는 의견도 있죠. 이에 공시를 통해 자사주 처분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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