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심의 중인 재해구호법 개정안에 대해 재난재해 구호 모금 전문 단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의연금 회계부터 기본 재산 취득 지도와 감독, 시정 명령 등에 대한 행정안전부 권한을 무차별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개정안 통과 시 협회가 사실상 정부 산하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7일 협회에 따르면 개정안은 협회 기본재산의 취득·매매·임대·담보 등에 대한 정부의 허가 조항을 신설하고, 행안부의 임직원 징계 등의 요구에 불응 시 징역·벌금형 처벌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 등이다.
이어 "본질적으로 이 법률의 일부 독소조항은 민간기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우리 헌법이 정한 최소침해성·법익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새마을금고법과 개정안을 비교 제시했다. 새마을금고법은 주무부 장관이 임직원에 대해 △해임 △면직 △직무 정지 △정직 △감봉 △견책 △경고 등의 조치를 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 대한 별도 벌칙 규정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협회의 의연금 모금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2018년, 2020년, 2023년 등 최근 들어서만 세 차례나 협회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국민 의연금 배분에서 어떤 문제점도 적발하지 못했다"며 "이는 국민 의연금 배분이 매우 투명하고 적절하게 이뤄졌음을 방증한다"고 따졌다.
협회는 정부가 협회를 산하기관화하려는 시도가 그간 빈번하게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협회는 "2006년에는 의연금 배분 권한을 소방방재청이 갖도록 법률을 개정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며 "또 2017년에는 정부 출연금이 전혀 없는 재해구호협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다가 기획재정부 반대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또 "2018년에 행안부 장관 추천 인사들의 배분위원회 과반수 참여 등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당시 행안부 직원들의 '갑질' 논란으로 법안 개정을 하지 못했다"며 "2020년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로 2018년 법안과 대동소이한 개정안을 추진했고, 지금 다시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설립한 순수 민간 구호단체다.
갑작스러운 재난과 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지금까지 1조6000억원의 성금과 6000만점 이상의 물품을 지원했으며, 1996년과 2002년, 2011년, 2017년, 2022년 등 총 다섯 차례 '재해대책유공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