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와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가 미국 CNBC에 출연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진행자에게 골프계를 선도할 청사진을 설명했다.
청사진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월 LIV 골프 출범과 함께 터진 골프 전쟁을 끝내고 미국과 사우디가 힘을 합쳐 골프계를 선도할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를 만들겠다는 것.
지난해부터 PGA 투어와 LIV 골프는 전쟁을 벌였다. LIV 골프는 PIF가 보유한 막대한 석유 자본을 이용해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 선수 등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그 결과 대다수 선수가 LIV 골프로 이적했다.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PGA 투어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에 대해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 출장 정지 처분과 벌금 등이다. 공식 누리집에 있던 선수들 프로필마저 삭제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8월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섐보 등 LIV 골프 선수 11명이 PGA 투어를 상대로 독점 금지 소송을 걸었다. PGA 투어는 맞소송했다.
빠져나가는 선수들, 비교되기 시작한 상금, 막대한 소송 금액. PGA 투어는 결국 PIF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양측은 지난 6월, 5장 분량의 초기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식 계약 만료는 오는 31일까지다. 만료를 4일 앞뒀지만, 이렇다 할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PGA 투어를 옹호하던 스페인의 욘 람이 LIV 골프로 이적했다. 한 명이 이적하자, 미국의 토니 피나우 등이 이적설에 휘말렸다. 질문 공세를 견디기 힘들었던 피나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적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이적설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노르웨이의 빅토르 호블란이 PGA 투어 정책위원회를 비판했다. "경영진은 선수들을 회원이 아니라 노동자로 생각한다. 자신만 생각하는 오만한 사업가들이다. 람을 비롯해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을 이해한다"면서다.
PGA 투어 정책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PIF와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에는 PIF와의 협상을 위해 펜웨이 스포츠그룹을 필두로 하는 컨소시엄(SSG)을 구성했다.
묵묵부답인 PGA 투어와는 다르게 LIV 골프 선수들은 꾸준히 PGA 투어를 도발하고 있다.
LIV 골프를 주 무대로 뛰고 있는 잉글랜드의 이언 폴터는 지난 25일 "미국의 빌리 호셜이 LIV 골프로 이적하고 싶어 했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디섐보는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 발표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양측 합의는 1000% 확실하다. 단지 정치적인 부분이 실망스럽다. 오래전에 성사돼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변했다. 지난 6월 PIF가 PGA 투어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30억 달러(약 3조8000억원)다. PGA 투어는 PIF와의 협상 전 미국 프로스포츠팀 투자자 컨소시엄인 SSG를 통해 동일한 투자금(30억 달러)을 유치했다. "우리도 돈이 있다"는 의미로다. 그러고는 협상 대리인으로 SSG를 지목했다. 같은 돈을 쥐고 있는 양측의 협상은 팽팽해졌다. PIF가 원했던 독점 투자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협상이 성사된다면 골프계에 평화가 찾아오고, LIV 골프가 불투명해진다. 무산된다면 미국과 사우디의 골프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