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갇혔던 수출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지역별 수출 전망은 희비가 엇갈린다. 미국과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수출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은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근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월간 동향으로 살펴봐도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9월까지 역성장하다가 10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역별 편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 개선이 전망되는 미국과 흑자 재정으로 에너지·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중동은 수출 증가 폭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소비 회복세가 부진하고 부동산발 경기 둔화 가능성이 큰 중국, 대러 제재 지속으로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러시아 등 CIS 지역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와 성장률 둔화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가 있지만 IT 업황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회복될 경우 관련 부품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전 2030'을 내세우고 국가 개조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핵심 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국방비 지출이 추가로 확대된다면 K-방산 수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긍정 요인과 부정 요인이 엇갈린다. 정부 주도로 내수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가 부진하고 미국과의 경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한 부동산발 위기가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CIS 지역은 대러 제재 속 주요국의 산업별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럽 석유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산 석유제품의 수출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수출 제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역별 수출 비중 변화를 보면 올해도 비슷한 추세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며 "2018년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1.6%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23.3%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미 수출은 2018년 전체 수출액의 12% 수준에서 지난해 9월 16.1%까지 증가했다"며 "반도체 경기 하강과 전기차 수출 확대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대중 수출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