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어르신 헬스케어센터. 목욕탕 문화가 희귀해진 요즘 센터 내 위치한 '어르신 전용 목욕탕'은 늘 예약 손님으로 붐빕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이 곳에서 만난 오승경씨(71·가명)는 "코로나19 전엔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을 갔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몇 년을 못 갔다”며 “가격도 싸다 보니 선착으로(가장 먼저)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 헬스케어센터는 만 65세 이상 지역 고령층을 위해 만든 시설입니다. 1층에는 남성용, 2층에는 여성용 공공목욕탕이 있습니다. 목욕탕은 하루 4회로 나눠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총 2시간 이용(목욕 90분·뒷정리 30분)에 필요한 건 1000원짜리 지폐 한 장. 올해 서울 1회 평균 목욕탕 이용료 9664원의 약 10%인 셈입니다.
문을 연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목욕탕에는 벌써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센터 1층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간호조무사 김모씨(52)는 “각 회차당 12명의 인원을 받는데 여탕은 늘 예약이 차 있다. 남탕도 아침, 저녁 시간대에는 붐비는 편”이라며 “예약이 모두 차서 회원 가입을 먼저 하신 후에 다음 신청까지 대기하는 어르신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목욕탕은 노인 맞춤으로 운영됩니다. 고혈압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목욕 전에는 반드시 혈압을 잽니다. 급격한 체온 변화를 막기 위해 탕 온도도 체온과 비슷한 37도와 42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탕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난간이 설치돼있고, 물속에서도 몸을 가누기 쉽도록 탕 깊이도 30cm~50cm 정도로 얕습니다. 목욕 도중 돌발 상황을 대비해 욕탕 곳곳에 비상벨도 갖춰져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관절 등 아픈 부위를 찜질하려는 목적으로 탕을 찾고 있었습니다. 신당동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이모씨는 “무릎 수술하고, 관절에 도움 되니까 병원에서 뜨거운 물에 다리를 찜질하라고 했다”며 “(수술 이후) 일어나기가 불편하니까 사우나에 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료가 싸고 시설이 깔끔하다는 점도 이 목욕탕을 찾는 이유입니다. 신당동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최석근씨(70)는 “원래 다니던 (민간) 목욕탕은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구에서 (운영)하는 곳이 민간보다 훨씬 깨끗하지 않겠냐”고 전했습니다.
이용료가 싸고 시설이 깔끔하다는 점도 이 목욕탕을 찾는 이유입니다. 신당동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최석근씨(70)는 “원래 다니던 (민간) 목욕탕은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구에서 (운영)하는 곳이 민간보다 훨씬 깨끗하지 않겠냐”고 전했습니다.
왼쪽 사진은 18일 1000원 목욕탕에서 만난 이용객 오승경씨(71·가명), 오른쪽 사진은 최석근씨(70)가 목욕탕 입장 전 혈압을 재고 있다. [사진=최은솔 수습기자]
중구는 전체인구 대비 고령인구 비율이 18.5%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7위입니다. 이곳은 개발 제한 구역이 많아 주택 대부분이 노화돼 목욕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센터를 관리하는 김경륜 약수노인종합복지관 부장은 “(목욕)탕 문화 같은 경우 어르신들의 건강과 일상과 직결되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로 급속도로 사라졌다”라며 “목욕탕 등 어르신의 개인위생을 책임질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