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200여 명이 참석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방향과 비대위원장 추대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기자에게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다만, 누구나 아는 '그'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여기서 그는 한 장관이다.
대체적으로 한 장관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이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한 장관으로 분위기가 쏠렸다고 입을 모았다. 안철수 의원은 연석회의 도중 이동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신 분이 한 3분의 1정도 되는데 그중 거의 대부분이 한 장관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정진석 의원도 "다양한 의견 속에 (의견이) 모아진 거 같다"며 "대놓고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들도 거론됐지만 소수 의견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한 장관이 아깝다는 얘기도 있고 우리가 한 장관을 보호해야 되는데 너무 일찍 등판시켜서 다치면 어떡하냐 이런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관망했던 한 장관이 당내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는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이미지 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달곤 의원 역시 한 장관의 선임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았는데 지금 나오기에 아깝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 역시 연석회의 직후 "지금부터 총선 끝날 때까지가 당이 제일 어렵고 시끄러울 때"라며 "당에 들어오자마자 그걸 다 막게 되면 본인의 역량이나 장점들을 제대로 발휘할 시간을 못 갖고, 당무에 매몰돼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오는 28일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강행을 예고한 것도 한 장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혁신위가 실패했던 당정 관계 재설정 등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해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면 잘 할 것이고, 친윤 수장을 하면 당은 죽는다"고 주장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비대위원장은 한 장관에게 있어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것"이라며 "윤재옥 당 대표 권한 대행이 쌍특검 등 당 안팎의 문제를 정리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은 내년 총선 사령관을 모셔오는 거지, 지금 어수선한 당 상황을 청소할 사람을 데려오라는 게 아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한 장관을 통해 시급한 불을 꺼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아껴쓰니 마니 할 그런 시기가 아니고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해야 된다"며 "지지율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설명해 주지 않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