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양국이 중·베트남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재정립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베트남 방문 이튿날인 이날 시 주석은 팜민찐 총리, 브엉딘후에 국회의장과 연달아 회담을 가졌다. 전날에는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보반트엉 국가주석과 각각 회동했다. 이로써 시 주석은 베트남 '빅4'와의 연쇄 회담을 마쳤다.
중국 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중국과 베트남은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중국어로 ‘미래를 공유한다(shared future)’는 표현은 ‘운명(destiny)’을 의미하지만 베트남어와 영어로는 ‘미래(future)’로 번역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중국과 베트남이 양국 관계를 운명 공동체로 재정립한 것은 실질적인 관계 개선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나 뚜렷한 외교적 성과라는 평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9월과 지난달 베트남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자 중국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전략 동반자에서 중국이 주창하는 운명 공동체로 격상하고, 베트남과의 동맹이 끈끈하다는 걸 대외적으로 확인시키고 싶어했다.
헌터 마스턴 호주국립대 동남아시아 외교 정책 연구원은 “이러한 상징적인 제스처는 베트남이 여전히 중국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는 뜻으로, 중국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한 안보 및 철도 개발 등과 관련해 36개의 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통신 및 디지털 협력에 대한 3개의 투자가 포함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통신 및 디지털 협력은 베트남 내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중국의 지원 등을 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양국 국방부는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베이부만(베트남명 통킹만) 공동순찰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양국은 국경 간 철도 개발에 관한 두 개의 MOU와 해상어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대응하기 위한 핫라인 구축에도 동의했다.
다만 양국이 당초 40여개의 협정을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희토류 등 몇 가지 분야에서는 협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 전 베트남 국영 매체 기고를 통해 주요 광물에 대한 양국의 광범위한 협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