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내정자, 김범수와 닮았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그는 지난 9월부터 계열사 조율기구인 CA 협의체에서 사업총괄을 맡아 왔다.
이번 인사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다. 창사 이래 첫 여성이자, 48세의 젊은 대표라는 점에서 조직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출세 필수 요인으로 꼽혔던 서울대 출신이 아니란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1975년생인 정 내정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직관적인 판단력을 바탕으로 일 처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김 센터장과 유사한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내정자는 향후 경영쇄신 전담조직(TF)장을 맡게 될 예정이다.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카카오는 SM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주요 경영진들이 구속되며 초유의 위기에 몰렸다. 이외에도 택시 시장 내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논란, 특정 건설사 일감 몰아주기,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태다.
하지만 실질적 경영 능력을 판단하기는 아직까진 ‘근거 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그가 이끌었던 카카오벤처스가 소규모 조직인 만큼, 리더십에 대한 총평을 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는 총원이 20명 내외에 그치는 작은 조직”이라며 “따라서 정 내정자의 실질적 능력을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일단 인적 쇄신이 시작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인적 쇄신 이어질까
업계에선 이번 대표교체를 시작으로 카카오 그룹 전반의 리더십 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센터장 역시 지난 11일 진행한 간담회에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유력 교체 대상으로는 내년 3~4월 임기가 끝나는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이 꼽힌다. 이들은 물론 사내 임원진까지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노조는 이들 중에서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반드시 경영진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법 리스크의 직접적 원인인 데다 추가 의혹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대표가 사퇴 후 고문으로 계약한 것과 같이 또다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거나 사퇴한 임원들에 대한 특혜가 발견되는 경우 노사관계를 비롯해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이번 대표교체라는 새로운 리더십이 쇄신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직원들의 참여방식 역시 일시적인 의견청취가 아닌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채널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