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해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무고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면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양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직자와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양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직선거후보자로 재산을 신고하면서 남동생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상가 건물 지분을 고의로 누락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파구 상가 지분을 비롯해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송파구 아파트 지분, 용산구 오피스텔 등 부동산 4건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도 관련 의혹을 제기한 당직자와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무고 혐의로도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부동산 4건 모두 양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 무고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구입 자금이 양 의원에게서 나왔고, 매각 수익금도 양 의원에게 돌아간 점, 부동산 대출 이자를 동생이 갚았다고 볼 단서가 없다는 점 등을 판단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2심은 양 의원이 용산구 오피스텔 1채만 차명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3건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송파구 상가와 관련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용산구 오피스텔은 차명으로 보유한 것이 맞는다고 판단하면서 무고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명의 계좌를 피고인이 단독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매 대금 지급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여세와 재산세를 피고인이 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부동산 등기 권리증을 소지했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양 의원은 각각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국회의원은 당선된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로 처리된다.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번 상고심에서 양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 무고 혐의가 벌금형으로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