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韓 배터리 업계…中 저가 경쟁·美 대선에 고심

2023-12-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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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 배터리 채택 확대…韓 가격 경쟁력 낮아

내년 대선서 트럼프 당선 시, 보조금 대폭 축소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콜라도주의 한 대리점에서 판매되지 않은 전기차에 할인 표시가 붙여있다 사진AP 연합뉴스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콜라도주의 한 대리점에서 판매되지 않은 전기차에 할인 표시가 붙여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과의 경쟁에 겁에 질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LFP 생산을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배터리 업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리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국 배터리 업계 소식통들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대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가격 경쟁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점, 내년 미국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대폭 축소될 수 있는 점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세 회사 모두 LFP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6년 양산이 목표이며, SK온은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와 공급 개시를 협의 중이다. 삼성SDI는 제품 설계와 공정 및 설비 개선을 통해 LFP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비용면에서 중국 경쟁업체들을 앞지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LFP 공급망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한국에는 LFP 배터리용 양극재 제조사가 없기 때문에 3사는 중국에서 양극재를 조달해야 한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고, 작고 가벼워서 전기차에 적합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할인 경쟁 중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LFP 채택을 늘리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LFP 개발에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널리스트들은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만든 LFP 배터리가 니켈 기반 배터리보다 약 20%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한국 배터리업체들에게 LFP 개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의 한 주요 배터리 제조사 임원은 “우리 고객들은 ‘귀사에서 배터리를 구매하고 싶다. 소형차에는 LFP 배터리를, 고급차에는 니켈 베터리를 구매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 배터리 업계에 LFP 배터리 개발을 촉구하는 주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미국은 관련 규정 등을 강화해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IRA의 보조금을 받는 상황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외 기업에서 LFP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포드는 머스탱 마하-E SUV에 중국 CATL이 만든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서 해당 차량은 내년 1월부터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사라진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공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 3대 배터리 제조사 중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유형의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산 LFP 배터리 가격이 중국 제품보다 17% 더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는 인건비 등으로 인해 가격이 40%나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간 한국 배터리 3개사는 미국에 총 44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전기차 판매 둔화를 고려할 때 LFP 공장 건설 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는 향후 2~3년 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한 임원은 “과거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투자 발표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구매하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테슬라는 최근 판매 부진을 이유로 전기차 관련 지출을 미루기로 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큰 점도 배터리 업계가 투자를 꺼리는 배경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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