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위치한 종로구를 정치 1번지로 칭했는데, 이제는 용산구가 그 타이틀을 잇게 됐다고 보고 있다. '신(新)정치' 1번지로 급부상한 용산 민심(民心)이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용산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내리 3선을 한 권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용산으로 지역구를 옮긴 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보수 후보자로 당선됐다. 권 의원은 지난 7월 통일부 장관 재직 중 개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 판세 전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앞선 제20대 총선에서 권 의원은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에 초근접 표차(890표)로 간신히 승리하면서 용산은 최근 여야 우세를 가리기 힘든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도 엇갈렸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상권이 살아났다는 의견과 함께 집회와 경호 등으로 교통 혼잡이 빚어져 불편을 겪고 있다는 부정론도 공존했다.
용산에 10년째 거주하는 김은석씨(28)는 "공덕역에서 국방부 올라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며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상인 A씨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공무원, 기업 관계자 등 유동인구가 늘어 음식점, 편의점 등 지역 상권이 다소 활성화됐다"는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지역민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역시 '경제 활성화'였다. 안모씨(83)는 "지역 문제보다 경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뭐가 됐든 경제가 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김모씨(32)도 "경제가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하며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데 상가 공실이 엄청나다"며 경제 활성화를 정치권의 선결 과제로 짚었다.
정치권에서는 신정치 1번지로 부상한 용산이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민주당 측에선 강태웅 지역위원장이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된 노식래 전 서울시의원은 12월 초 강 지역위원장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강 지역위원장은 "용산구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용산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실력있는 일꾼을 선택할 것" 이라며 "지난 선거에선 90일 남겨 놓고 출마해 제대로 선거운동을 못했지만 이번엔 4년 간 열심히 준비해 다르다"고 자부했다. 이어 "권 의원이 5선에 도전하든, 새로운 인물이 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역 재개발을 우선 과제로 약속했다.
여당으로서는 용산 지역이 '아픈 손가락'이다. 소폭이나마 서울 강북에서 유일하게 보수세가 우세한 지역임에도, 최근 당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용산 지역은 우세는커녕 오차 범위 내 경합 지역에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용산이 우세 지역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한 지역구 예비 후보자 등록이 선거일 120일 전인 12일 시작된다. 예비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다. 예비 후보자로 등록한 입후보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원회 설립, 선거사무소 설치 등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 준비를 위한 활동이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