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 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김씨(당시 24세)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께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인 12월 10일 오후 10시 41분부터 오후 11시 사이 혼자 컨베이어벨트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끼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20년 8월 김 전 대표 등 한국서부발전 임직원 9명,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등 임직원 5명, 원·하청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 용역 계약상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 전 대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8명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4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한국서부발전 법인은 벌금 1000만원, 한국발전기술 법인은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은 김 전 대표에 대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백 전 대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일부와 법인은 김씨와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뒤집혔고, 나머지 관계자들도 일부 감형받았다.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는 1심보다 액수가 줄어든 1200만원이 선고됐다.
김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한국서부발전·한국발전기술 관계자 중 10명과 한국발전기술 법인은 이날 유죄가 확정됐다.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 사건 이후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지난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하면 처벌하고,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