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견제의 고삐를 한층 강화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칙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은 벌써부터 이를 우회할 묘수를 짜내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중국의 해외 진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중국 매체 펑파이는 현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향후 해외 공장 건설, 기술 라이선스 등의 방식으로 IRA를 충분히 우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해외우려기업(FEOC)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이에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최대 7500달러(약 985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두 조항을 두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세계 배터리 업계에 일정 부분 숨통을 열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중국 역시 이를 '우회 구멍'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25% 룰'만 충족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고,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배터리를 만들더라도 미국 기업이 생산량과 생산기간 등 생산 전반을 통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은 "단기적으로 중국 리튬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때 보조금 혜택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면서도 "비관적이었던 전망과 달리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기술을 라이선스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포드는 해당 공장 지분의 100%를 갖고 있어 IRA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린메이, 화유코발트, 중웨이(CNGR), 야화 등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한 우리 기업들도 중국 측 지분율을 25%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핵심광물의 경우 대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출 수 없는 만큼, FEOC 규제가 오히려 전기차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60%, 니켈의 65%, 코발트의 68%를 중국이 정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로펌인 베이커 보츠의 엘리 힌클리 파트너는 "중국산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의 모든 부품을 구하려고 한다면 물류 측면에서 더 큰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고, 현 상황에서는 더 비싼 제품을 생산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중국산 부품 사용 금지는) 2024년 한 해에 그치는 연습이 아니다. 수 년이 걸리는 공급망 구축 작업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