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웹젠 간 저작권 침해 중지 청구 소송에서 2심 법원이 양측에 중재를 권고하는 조정회부결정을 내렸다.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항소심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조정회부를 결정했다. 조정회부란 당사자 간 상호 양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는 절차를 말한다. 조정기일 등을 통해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 재판은 종료된다. 다만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은 속개된다. 조정기일은 2024년 2월 1일이다.
양측은 곧바로 항소에 나섰다. 1심에서 패소한 웹젠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고, 엔씨 역시 1심에서 청구된 금액(10억원)을 늘리기 위해 항소에 나서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9월 12일 항소심이 접수됐고 이후 재판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법원의 조정회부결정으로 재판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엔씨가 제기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했지만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재판부는 웹젠 'R2M'이 리니지M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차용해 모방했고 이로 인해 엔씨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봤다. 다만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게임 규칙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로 독창성·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조정이 진행된다면 배상 범위와 구체적인 배상 금액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철우 게임·엔터 전문 변호사는 "구체적인 배상 액수 등에 대해 협의를 빨리 해 보라는 취지에서 조정회부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조정이 이뤄지면 적정 수준의 배상 액수에 대해 논의하거나 혹은 R2M 서비스를 유지하는 대신 양측이 어떠한 다른 내용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조정이 최종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양측 중 한 곳이라도 조정 의사가 없다고 통보하면 바로 조정이 불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 측은 이미 1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1심 판결을 토대로 배상금 청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실질적으로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게임업계에 최근 범람하는 '리니지라이크(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성·과금 모델 등을 택한 게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취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중간에 조정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고 본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양사 관계자는 "조정회부결정 통보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